중소형 선사들은 '신중', 구체적인 방안 필요성 강조
  • ▲ ⓒ현대상선
    ▲ ⓒ현대상선


정부가 한국 해운업 재건을 위한 5개년 계획을 발표하자 업계에서는 일단 반기면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형 선박 발주를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은 환영하지만,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5일 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오는 7월 설립되는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기존 선박 신조지원 프로그램의 투자·보증 등을 통해 향후 3년간 200척(벌크선박 140척 이상) 이상의 신조 발주 투자를 지원한다는게 골자다.

컨테이너선에는 2만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급 12척과 1만4000TEU급 8척 등 초대형 선박 20척이 포함돼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중소선사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금융지원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번 계획으로 국내 제 1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의 초대형 선박 발주 계획도 본격화된다. 당초 현대상선은 2만2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2척, 1만3000~4000TEU급 8척 발주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35만TEU 수준이다. 글로벌 선사들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는데다 2020년 2M과의 해운동맹에서 퇴출될 우려가 있는 만큼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이와 관련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적극 환영한다"며 "앞으로 현대상선은 국내 대표 원양 컨테이너선사로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0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환경규제(황산화물 규제)에 적기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고효율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준비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선주협회도 "선화주 상생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재건계획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고 가능한 범위에서 우리화물을 우리배로 운송하자는 취지도 잘 반영 돼 있다"며환영 입장을 밝혔다. 또한 
"필요한 선박건조를 지원하는 것이 재건계획의 두 번째 축으로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친환경선박이 적시에 건조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한국선주협회도 정부의 진정성 있는 재건계획이 차질 없이 진전되도록 열과 성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M상선 등 다른 중소형 선사들도 "대형 선박 확보가 국가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반가워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계 전체적으로 금융지원이 늘어나고, 전략물자를 국적선사에 우선 사용토록 한다고 하니 반가운 소리"라고 말했다.

◆중소형 선사들은 '신중'…구체적인 방안 필요성 강조

다만, 이번 계획만으로 해운업 재건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중소형 선사들은 선박 확충보다 운임을 결정하는 적취율이 더 중요한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번 계획에 전략물자 등의 운송에 국적선사를 우선 사용토록 하는 한국형 화물우선적취 방안 마련이 명시돼 있지만, 화주들이 국적선사에 화물을 실을 명분으로는 충분치 않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박을단순히 짓고 투입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화주들을 움직일 당장 눈에 보이는 유인책이 있어야 이번 계획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좀 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아울러 이번 지원책이 해운업계의 부활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단지 계획일 뿐, 얼마나 구체적으로 시행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이번 지원책이 성공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너무 빠르게 지원책을 발표한 감이 있다"며 "종합적으로 적취율이나 환경규제 등에 대비해 전 선사들에게 고르게 지원이 돌아가야 한국해운이 전반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운업 전문가는 "멀쩡한 해운사를 날린 후유증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고, 배 지어준다고 이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번 지원책을 통해 현대상선을 비롯한 해운업계가 자리를 잘 잡아 살아나면 다행인 것이고, 역으로 그렇지 않고 반대효과가 난다면 해운업은 다시 힘들어지게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