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 거주 운항승무원 혜택 차이가 '발단'소수 집단에 추가 혜택 시 역차별 논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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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립 11년 만에 설립될 에어부산 조종사 노조가 출범 초부터 사측과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서울 거주 운항승무원 집단이 부산에 거주지를 둔 운항승무원들에게 제공되던 혜택을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울과 부산으로 편이 나뉘는 노노(勞勞) 갈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설립 절차에 들어간 에어부산 조종사 노조는 회사와 극명하게 대립하는 강성 노조가 될 가능성이 높아 한태근 사장을 비롯한 사측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현재 노조 설립 절차를 밟고 있는 에어부산 조종사 노조는 서울 베이스의 운항승무원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기준 에어부산 운항승무원 315명 가운데 5%에 불과한 소수 집단이다. 이들은 지난주 노조 설립을 신청함에 따라 조만간 공식 노조가 설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부산 일부 운항승무원들이 조종사 노조 설립 신청에 나선 것은 부산 베이스의 운항승무원들에게 지급되던 지원금에서 비롯됐다.

    현재 에어부산의 운항승무원 약 60%가 서울에 거주 중이다. 에어부산은 부산발 여객편이 전체 비중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서울 거주자들이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매일 김포~부산을 왕복해야 한다. 이 경우 근무지 이동 시간과 비용 등이 많이 소요돼 직원들이 갖는 피로감이 크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에어부산은 지난 2010년부터 부산으로 거주지를 이전하는 운항승무원들에게 기장 1억원, 부기장 7000만원을 지원해왔다. 거주지 이전을 통해 운항승무원들의 피로도를 줄여 근무여건 개선에 나서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최근 서울 거주 운항승무원들이 부산 이주 승무원들과 똑같은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고령의 부모 부양 및 자녀 문제 등으로 부산 이주를 원해도 할 수 없어서 일부 승무원에게만 지원금을 주는 것은 차별이라는 것이다.

    에어부산 측은 "부산 베이스 지원금의 목적과 취지가 있는데 서울 베이스 운항승무원들이 똑같은 혜택을 달라고 하는 것은 지원금의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서울 베이스 운항승무원들의 편의를 위해 별도의 15가지 근무여건 개선안을 마련해 협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측이 제시한 15가지 근무여건 개선안은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이 직접 하나 하나 발췌해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측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혜택을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협상 초기에는 노조 설립 추진에 나선 일부 직원들과 사측의 대화가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서울 베이스 운항승무원 대표 3명과 사측이 대화를 통해 별도의 혜택을 주는 조건으로 사태가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던 것.

    에어부산 측은 "서울 베이스 운항승무원들과 회사는 근무개선안을 놓고 2차 협상까지 진행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 베이스 운항승무원들이 사측에게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혜택을 구상해오라고 요구한 뒤 돌연 협상 테이블을 뒤집었다. 사측의 개선안을 듣기도 전에 노조 설립을 신청한 것.

    에어부산 측은 "서울 베이스 운항승무원들이 사측에 근무개선에 대한 혜택을 제시하라고 제안했지만 이를 듣지도 않고 돌연 공식적인 노조 설립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사측은 더 좋은 혜택을 제시하고자 15가지 혜택을 마련했는데 묵살당한 것"이라고 전했다.

    사측이 서울 베이스 운항승무원들에게 제시한 혜택 총 15가지 중에는 영어자격시험 비용 지원, 서울 운항승무원의 건강검진 대상 병원 확대, 조기 출근자들을 위한 택시비 기존 대비 3배 인상 등이 포함됐다.

    노조 설립에 나선 서울 베이스 운항승무원들이 사실상 회사와의 대화를 단절함에 따라 공식 노조가 출범할 경우 사측과의 첨예한 대립각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서울 베이스 외에 부산 베이스 운항승무원들의 추가 노조 설립 가능성도 우려된다. 서울 베이스 운항승무원들에게 별도의 혜택이 제공될 경우 부산 이주 운항승무원들도 추가적인 반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성격의 조종사 노조를 둔 사례는 이미 국내 항공업계에 존재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기존 조종사 노조 외에 새조종사 노조가 설립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부산 사측은 최근 승무원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공개되면서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성 노조마저 생겨난다면 향후 경영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에어부산 노조 추진의 발단은 일부 혜택이 배제된 승무원들의 반발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쪽의 집단에 추가적인 혜택이 제공된다면 이를 받지 못하는 집단에서 또 다른 반발을 낳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