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본연업무 ‘보험금 지급심사’ 손해사정법인에 위탁 가능‘보험금 깎기’ 소비자피해 우려…금융위 “결국, 보험사가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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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업계에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불법행위가 결국 합법화됐다. 보험사 대신 사고에 대한 손해액과 그에 따른 보험금을 산정하는 손해사정법인에게 보험금을 깎는 업무까지 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길을 터준 것이다.

     

    보험사들이 손해사정법인을 통한 ‘보험금 깎기’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는 등 보험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업권별 업무위탁 허용 범위를 재조정하는 ‘금융기관의 업무위탁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규정을 지난해 11월 고시했다. 업무위탁이 금지되는 본질적 업무의 범위를 세분화 및 축소한 것이다.


    이 고시에 따라 그동안 보험사들이 손해사정사에 위탁할 수 없었던 ‘보험금 지급여부 심사 및 결정’이 보험사의 본질적 업무에서 제외돼 위탁이 가능해졌다. 이미 이 규정이 고시되기 전부터 보험사들은 관행적으로 손해사정법인을 통해 보험금 지급여부 심사를 위탁하고 있었다.

     

    문제는 적정한 보험금을 결정하는 손해사정법인이 사실상 보험금을 깎는 업무를 담당하는 보험금 지급심사까지 겸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져 왔다는 점이다.

     

    때문에 보험사로부터 수당을 받고 업무를 위탁받는 손해사정법인들이 보험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보험금을 깎을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권익침해 우려가 제기돼왔다.

     

    그러나 이같이 불법이 관행화되다 못해 합법화까지 되면서 업계에서는 고객 보험금 지급 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손해사정업체들의 실적 평가에 보험금 지급 규모를 반영할 공산이 크다”며 “손해사정사들은 보험금 삭감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보험계약자들의 권익을 침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일부 보험사들이 손해사정법인에게 사망보험금(배상 책임 담보) 위자료 산정과 관련해 법원의 판례도 무시한 채 위자료를 축소 지급하라는 지침을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사망사고 위자료 기준을 1억 원으로 판결한 판례가 있으나 일부 손보사들은 최대 6000만 원의 상한선을 두고 위자료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

     

    보험사의 업무위탁을 받는 손해사정 업체는 고객에게는 불리하지만, 보험사의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변경홍 사무관은 “구체적 기준이 있는 소액보험금의 신속한 지급을 위해 보험사들이 손해사정업체에 지급심사 업무 위탁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민원이나 분쟁 소지가 있는 건은 결과적으로 보험사에서 심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