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노조, 왜곡된 목적 아닌지 명분 필요

[취재수첩] 명분 잃은 '마트 노조'… 고인의 죽음 '왜곡' 말아야

이마트 구로점서 사망한 권 모씨 둘러싼 노조와 사측 대립 팽팽
이마트, 유족 뜻에 따라 재발방지대책 발표… 노조, 정용진 부회장 사과 요구하며 대립

김수경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8.04.18 14: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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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김수경 기자


지난 3월 31일 오후 10시 32분, 이마트 구로점 계산업무를 담당하던 권 모 사원(여·48세)이 출근 7시간 만에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직후 보안사원이 응급상황 매뉴얼에 맞춰 조치를 취했고 한 고객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권 씨는 심정지로 사망했다.

권 씨의 사망은 
사측과 노조 간 갈등으로 번졌다. 

노조는 지난 2일 이마트 구로점에서 
추모집회를 열고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마트산업노조(이하 마트노조)는 출입문 등 기물을 파손하고 무단으로 매장에 진입해 점포를 돌며 구호를 외쳤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를 제지하는 직원 등에게 폭력을 행사해 6명의 직원에게 전치 2주 가량의 상해를 입혔다. 이에 이마트는
마트노조의 과격 시위 및 명예 훼손과 관련해 김기완 마트노조 위원장 등을 4일 오후 구로경찰서에 고소·고발했다. 

마트노조 측은 "이마트가 추모 행사 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며 "4월 2일 저녁 추모행사 후 동료들의 추모행렬을 다수의 관리자들이 몸으로 막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마트 측은 "유족이 참여한 추모 행사는 오후 2시부터 한시간 가량이었는데 이는 매장내에서 치를 수 있도록 했다"며 "다만 노조 측이 갑자기 예정에 없던 자체적인 추모 행사를 오후 7시부터 한다고 해서 이를 막으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마트노조는 지난 6일부터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 사망한 노동자들을 기리는 시민분향소를 차리고 이마트의 사과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이마트가 아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이 해당 사고가 발생한 이마트가 아닌 별도 법인인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는 것이 석연치 않다. 노조 측은 권 씨의 사망 사고를 앞세워 이마트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유족의 뜻은 사뭇 달랐다. 

사망한 권 모씨의 유족은 이미 이마트 측과 합의를 마친데다 이마트는 유족의 요청에 따라 지난 10일부터 전점포 내 응급상황에 대한 대응체계를 재구축한다고 약속했다. 유가족의 뜻을 적극 수용해 더이상의 
안전사고 재발을 방지한다는 것이다. 

권 모씨의 유족 측은 이후 여러 차례 노조 측에 권 씨의 실명이나 사망 사건이 더 이상 거론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죽음을 노조가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었다. 

물론 권 씨의 죽음은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닌 대형 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죽음이라는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사측에 대항하고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것은 노조의 권리이자 책무이다.

그러나 이번 이마트 권 모씨 사망 사건에 대응하는 노조의 방향성은 명분이 명확치 않다. 유족과 노조 측이 요구한 재발 방지 대책이 발표됐음에도 노조는 정용진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더욱이 유족이 원치 않는 고인의 이름을 계속 거론하면서 말이다.

시위를 주도하는 마트노조는 
과거 홈플러스 노조가 이마트, 롯데마트 노조와 연계해 새로 출범한 노조이다. 3개 대형마트 노조가 연계하면서 외연이 넓어지고 시위 활동 등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지만 정작 노동자와 유족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인의 죽음을 헛되이 묵인하는 것도 안 될 일이지만 이를 이용하는 것은 결코 노조의 참된 목적은 아닐 것이다. 한 노동자의 죽음을 왜곡된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노조의 명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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