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북 분위기 우호적이나 태도 변화 없어… 1차 관문 통과 난망
  • 철도.ⓒ연합뉴스
    ▲ 철도.ⓒ연합뉴스

    남북·미북 대화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철도업계 숙원인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 가입이 덩달아 가시적인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앞 사례를 볼 때 북한이 첫 관문인 사장단회의에서 기권한다면 불안한 출발이 될 수 있다. 처음부터 찬성 태도를 보이는 게 가입 확률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재로선 1차 관문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19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제33차 OSJD 사장단회의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는 제휴회원이지만, 초대를 받아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지난 15일 출국했다.

    신규 회원국 가입 안건은 19일 상정·처리된다. 오 사장은 우리나라의 OSJD 정회원 가입 지지를 호소하고, 기조연설을 통해 대륙철도 진출의 비전을 설명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 OSJD 제휴회원이 됐다. 정회원 가입은 이듬해부터 시도했다. 하지만 번번이 북한의 반대에 막혀 미역국을 먹어야 했다. OSJD 의사결정 방식은 28개 회원국 만장일치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가입 전략은 OSJD 정관을 뜯어고치는 쪽이었다. 만장일치제를 회원국 4분의 3 찬성으로 완화해 북한의 반대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다만 8개 회원국 이상의 비준 절차를 밟아야만 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단점이다. 국토교통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인 2021년까지 정관 개정을 마친다는 목표를 세웠다.

    상황은 지난 2월 강원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새 국면을 맞았다. 대회 이후 남북·미북 대화가 성사되면서 화해 무드가 조성됐고, 철도업계는 고무된 상태다. 화해 분위기를 타고 정회원에 가입하는 지름길이 열렸다고 보는 시각이 적잖다.

    OSJD 정회원 가입은 4월 사장단회의와 6월 장관회의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북한은 우리나라의 회원 가입에 반대해왔다. 전례를 보면 한 차례 태도를 바꾼 적 있다. 2015년 사장단회의에서 반대 대신 기권했다. 북한으로선 최종 관문인 장관회의가 있으니 당시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의 협조 요청에 체면을 봐서 한 발 물러났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장관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올해 사장단회의에 북한에선 김영호 국제관계국장 등 3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업계는 이번 사장단회의에서 북한이 기권보다 찬성 입장을 보이길 바란다. 찬성표를 던지면 현재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기권을 선택하면 경험에 비춰볼 때 오는 6월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릴 장관회의 때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판단이다. 장관회의가 북미 대화 이후 열리다 보니 대화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만약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것으로 생각되지 않으면 (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결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으면 (회담장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처세술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회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회담 결과에 북한이 만족하지 못하면 어깃장 불똥이 OSJD 장관회의로 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현장의 북한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국제관계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현지 분위기는 "우호적이면서도 아직은 태도 변화가 없다"고 알려졌다.

    소식통은 "오늘도 (북한이) 반대할 거로 보인다"며 "위에서 (정확한) 지침을 안 내려준 거 같다"고 전했다.

    이어 "(오 사장이) 따데우쉬 쇼즈다 OSJD 의장을 만나 사장단회의 결과 부결돼도 6월 장관회의에서 임시의제로 상정해 논의하는 방안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귀띔했다. OSJD 의장이 이를 받아들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OSJD는 철도 교통신호·표준기술·통행료·운행방식 등에서 통일된 규약을 마련한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와 중국 횡단 철도(TCR)를 잇는 대륙 철도 운행에 참여하려면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