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등 오너일가의 진심어린 반성 전제돼야

[취재수첩] 갑질에 발목잡힌 대한항공, 직원들 자존감 회복이 시급하다

조양호 회장 "제 불찰, 국민 여러분께 사죄"
갑질 논란 일으킨 조현민·조현아 사퇴

이대준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8.04.23 10: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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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갑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상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사업 실패와 실적 부진 때문이 아니라 오너 일가의 인성과 도덕성이 초래한 보기 드문 경우다.


위기의 본질은 대한항공을 포함한 한진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의 사기와 자존감이 곤두박질쳤다는 점이다. 이는 주가 하락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대한항공에 다닌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말이 오간다. 친구들을 만나면 너희 회사 회장 일가는 왜 그러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아빠·엄마가 대한항공 다니는 것을 숨겨야 할 판이다. 친구들의 놀림을 받지 않으려면 말이다. 나이드신 부모님들도 아들·딸이 대한항공에 근무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지만, 이제는 얼굴을 들고 동네 다니기 힘들어졌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은 갑질의 대명사로 바뀌었다. 이 얼마나 불명예스럽고 치욕적인 일인가.


이제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오너 일가는 환골탈태 해야 한다. 대충 위기를 넘겨서는 정말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절실함을 가져야 한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은 2014년 12월로 올라간다. 당시 조양호 회장의 맏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지난 12일에는 막내딸인 조현민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 물을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일파만파 커지면서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여사 등 오너 일가로 확산됐다. 블라인드 앱과 SNS 등을 통해 각종 제보들이 쏟아졌고, 열흘 내내 조양호·조현아·조현민·이명희 등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경찰과 관세청, 국토부 등은 각족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와 감사를 펼치고 있다.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렸고, 결국 조 회장은 지난 22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현민 전무의 경우 대한항공 전무직을 포함해 한진그룹 내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하고,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도 사장직 등 현재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정에 대다수 국민들은 아직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몇년 뒤에 다시 복귀하는게 아닌지, 오너일가의 갑질 문화가 정말로 없어질지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돌아선 직원들의 마음을 돌려놓는 것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당시에는 내부에서 이렇게까지 비판 여론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 사건에서는 상당수 직원들이 동조하고 더 크게 분노하고 있다. 그만큼 조직 내부에서도 오너 일가에 대해 불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외부인사를 포함해 준법위원회를 구성하고 재발방지에 나서겠다는 조양호 회장의 사과가 현실화되기를 바란다. 물론 조현민 전 전무를 비롯한 오너 일가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각종 수사는 별도로 진행되고, 법적 위반이 있을 시에는 엄정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대한항공 한 임원은 이렇게 말한다. 원로를 비롯한 임원들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특히 직원들에게 더 낮은 자세로 소통하고, 애로사항을 경청해서 이질감 없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풍전등화에 놓인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을 바로 세우는 것은 오너 일가의 진심어린 반성과 직원들의 자존감 회복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본 사람들이라면 고객 서비스가 세계 최고임을 잘 알 수 있다. 글로벌 외항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객을 왕으로 모신다. 이제 내부 직원들, 광고대행사 같은 외주 협력업체들도 고객을 섬기듯이 해야 한다. 직원들 스스로가 자부심을 갖고 회사에 대한 로열티(충성심)가 다시 생긴다면 한진그룹의 미래는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다.


대한항공이 직원들에게 신뢰받는 기업,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기업, 대한민국 국민이 사랑하는 기업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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