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입보험료 2조9800억원…전년比 77% 급증
  • ▲ ⓒABL생명.
    ▲ ⓒABL생명.

    저축성보험 쏠림으로 올해 초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ABL생명이 생명보험사 중 수입보험료가 독보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의 '오너리스크'로 자본확충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이라 상품 포트폴리오 개선 등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의 지난해 수입보험료는 2조9776억원으로 전년(1조6814억원)대비 77.09%나 급증했다.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이 ABL생명에게 저축성보험 과다 판매에 대한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배경이다. 당시 금감원은 ABL생명이 과거 판매한 저축성보험의 판매 실적이 사업계획상 연간 목표를 넘어섰음에도 상품 포트폴리오 관리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BL생명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의 수입보험료 감소세와 정반대된다. 생명보험사 수입보험료는 지난해 113조9735억원으로 2016년 119조8112억원에 비해 5조8377억원(-4.9%) 줄었다. 상위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수입보험료도 한 자릿수 하락세를 보였고, 하나생명과 농협생명, DB생명 등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냈다. 같은 대주주를 둔 계열사 동양생명 역시 지난해 수입보험료가 전년대비 11.48% 줄었다.

     

    수입보험료 감소세는 보험사들이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저축성보험의 판매를 축소한 영향이 크다.

     

    3년 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저축성보험은 고객에게 돌려줄 부채로 인식돼 부채비율이 높아져 그만큼 더 자본을 적립해야해 보험사들이 판매를 줄여가는 추세다. 저축성 보험은 보장성보험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책임준비금(부채)을 쌓아야 한다. 보험사들은 이로 인한 건전성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있다.

     

    반면 ABL생명은 안방보험에 인수된 이후 저축성보험을 선보이며 영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는 대주주인 안방보험의 국내외 시장의 금리차이를 이용한 운용자산 확보 전략에 따른 것이다.

    ABL생명 관계자는 "ABL생명은 고객 중심 상품군을 폭 넓게 갖추고 있으며, 강점을 가지고 있는 변액·보장성보험 상품을 꾸준히 강화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 보험사의 경우 6% 수준의 저축성 보험을 취급하지만 국내 저축성보험의 금리는 최대 3%를 넘지 않는 상황이다. 안방보험 입장에서 국내 시장의 저축보험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통해 운용자산(보험료)을 확보할 수 있는 활로다.

     

    그러나 안방보험을 둘러싼 중국 내 기류가 급변하면서 ABL생명의 자본확충 등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최근 중국 보험관리감독위원회는 안방보험그룹의 한시적 위탁경영에 돌입했다. 이어 10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안방보험에 투입해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 조치에 안방보험이 보유한 해외자산의 재편이 포함되면서 실제 미국 등지에선 안방보험의 보유자산 매각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ABL생명은 과거 고금리 저축성보험 판매가 많아 금리역마진 부담이 큰데다 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BL생명의 상품개발 및 영업전략의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저축성보험 과다판매에 대한 금리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