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모비스 합병 적극찬성·지주사 전환 요구하며 압박 본격화삼성물산-제일모직 요구조건 유사…"합병 찬반 제외 시나리오 일치"현대차 3사 보유지분 소량 불과해 이번 주목적도 시세차익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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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가 2015년 삼성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현대차그룹을 조준하며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적극 반대했던 엘리엇은 이번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적극 요구하는 것만 다를 뿐 이들의 최종 목적은 시세차익이라는 점에서 등장 의도는 3년 전과 같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전일 현대차그룹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사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엘리엇은 별도로 개설한 홈페이지에 '현대 가속화 제안'(Accelerate Hyundai Proposals)을 발표하며 주주설득 및 현대차그룹 압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엘리엇은 홈페이지를 통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 외에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요구했다.


    또 주주배당금을 당기순이익의 40~50%까지 확대할 것도 주문했다.


    특히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별도의 홈페이지 개설을 통해 특별 배당 및 지속적 배당 확대를 요구하며 동시에 주주들을 설득했던 것과 같은 움직임이라는 점에 관련업계는 주목한다.


    엘리엇은 현대 가속화 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제안을 받아본 현대차그룹 주주 대부분은 모두 개선점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며 "제안서를 채택하면 현대차그룹의 모든 이해 관계인들에게 유익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히며 주주들의 결집을 촉구했다.


    결국 이같은 엘리엇의 주장을 큰 틀에서 보면 주주로서의 이익 확대가 목적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지주사전환, 지분구조 간소화, 자사주 소각 등 지배구조 개편 및 개선에 대한 본질적인 부분을 추구하기 보다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를 상승시켜 시세차익을 얻고, 배당을 통해 이익을 늘리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엘리엇의 움직임은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합병 당시 소수 지분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30조원에 달하는 특별배당을 요구했던 2015년의 행동과 일치한다.


    2015년에도 엘리엇은 말 그대로 업계에 깜짝 등장했다.


    삼성그룹 관계인(13.99%)과 국민연금(9.79%)에 이어 갑작스럽게 삼성물산의 3대 주주로 올라섬과 동시에 삼성그룹과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당시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1대0.35의 비율로 합병하는 안건을 다루는 임시주총을 한달 가량 앞둔 시점에서 합병조건을 문제삼고 나서며 반대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최종 목적을 주주 이익, 즉 자신들의 이익 실현에 두고 있다는 점은 같다.


    엘리엇이 삼성 합병을 반대한 직후인 2015년 6월 4일 삼성물산 주가는 10.32% 급등해 이날 하루에만 723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점과 최근 엘리엇의 입김으로 현대차 3사 주가가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단기간 내 주가를 띄워 시세차익을 거둔 후 떠났던 일부 외국계 헤지펀드들과는 달리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이며 장기적인 전략을 쓰고 있다는 점도 3년전과 상황이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은 2015년에 이어 올해에도 소액 주주들의 대표 성격을 띄며 지배구조와 관련한 약점을 파고들며 여론을 유리하게 끌고 가 더 큰 이익을 챙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주주들에게 '국내 대표 그룹을 살려야 하느냐'와 '주주로서 실익을 추구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 역시 3년 전과 상황이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지분 9.84%를 보유하며 분할 결정 열쇠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 역시 해외 자본의 공습 방어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사이에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 현대차 합병 역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건에 따른 논란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이번에는 잡음을 최소화 하기 위해 득실을 철저히 따져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계 헤지펀드의 국내 기업 공격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03년 영국계 자산운용사 소버린은 SK 지분 14.99%를 보유하던 중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 주가를 끌어올린 뒤 곧바로 지분을 매각해 7557억원의 차익을 거둔 바 있다.


    2004년에는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지분을 단기간에 매입·재매각하는 방식으로 30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뒀다.


    KT&G도 지난 2006년 외국계 자본 칼 아이칸에 휘둘렸던 전례가 있다.


    당시 칼 아이칸은 KT&G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를 선언, KT&G 주식 6.59%를 매입한 뒤 주주 자격으로 사외이사 1명을 확보해 이사회에서 자회사 매각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하는 행보를 보인 후 지분을 매각, 1500억원의 시세차익을 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했던 엘리엇의 경우 국민연금이 결국 양사 합병에 손을 들어준 직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상승한 삼성물산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매도 가격은 주당 5만7200원 수준이었지만 매입 당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아 차익실현 규모는 파악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업계는 엘리엇의 본질을 시세차익에 두고 있다. 

    엘리엇이 밝힌 현대차 3개의 보통주 보유금액과 비율이 미미해 현대차그룹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