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공공부문 수주액 1조9455억원… 전년比 35.5% 급감공공공사 발뺀 태영건설‧한양‧한신공영… 오히려 영업이익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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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한국안전연대


    공공공사를 기반으로 성장한 중견건설사들이 공공시장에서 탈출하고 있다. 주택경기 위축에 정부예산 감소로 발주물량까지 줄어든 데다 대형건설사 진입으로 출혈경쟁이 이어지면서 채산성이 떨어지면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발주한 '수도권매립지 제3매립장(1단계) 매립작업 및 부대공사' 입찰에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업체 13곳이 참여했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SK건설 ▲한화건설 ▲코오롱글로벌 ▲두산중공업 ▲KCC건설 ▲한진중공업이다.

    시공자에는 대우건설이 최종 선정됐다. 수주금액은 총 1875억원 규모로 대우건설이 지분 60%를 갖고 있다. 이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진흥기업(20%) ▲위본건설(10%) ▲해동건설(10%)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지난해 기준 평균 9조원대 매출을 올린 10대 건설사 중 8곳이 참여한 데에는 갈수록 공공공사 물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SOC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올 들어 공공부문 발주가 급감했다. 올해 국토교통 SOC 예산은 19조원으로 지난해보다 3조1000억원이 줄었다. 지난 1월 공공부문 수주액은 1조9455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5.5% 급감했다.

    발주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업계 위기감도 현실화되고 있다. 중소규모 공사를 노리는 대형사들의 입찰참여도 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200억원 규모 인천 검단신도시 도시시설물 터널공사 입찰에 참여한 바 있다. 앞서 대림산업도 200억원대 여수신항 크루즈부도 확장공사 입찰에 얼굴을 비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형사간 출혈경쟁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제3매립장 공사 수주전에서는 치열한 가격경쟁이 벌어졌다. 통상 80%대인 투찰율(공사예정가 대비 입찰가)이 해당 공사에서는 76%까지 떨어졌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SOC 예산이 대폭 감소하면서 건설투자 위축으로 많은 건설사들이 수주난을 겪고 있다"며 "각 사마다 공공공사를 위한 조직이 있기 때문에 발주량이 줄었다고 해서 일을 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소규모 공사 수주전에 대형사들이 진입하면서 중견건설사들의 공공시장 탈출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오랜 기간 '공공공사 강자'로 불렸던 태영건설은 3년 전부터 공공공사 비중을 대폭 줄이고, 자체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2011년 당시 공공공사 비중이 80%를 웃돌았지만 지금은 절반 안팎으로 급감했다.

    태영건설 측은 "공공공사는 발주가 줄고 실행률도 나빠져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며 "내부에서는 '수익 못 내는 공공사업은 아예 접으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건설관리학회와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공사를 주력으로 하는 건설사의 적자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2005~2016년까지 적자를 보고 있는 건설사 비율을 분석한 결과 공공공사 매출비중이 100%인 기업들이 해마다 30% 이상 적자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공사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영업이익률도 더 낮았다. 공공공사만 하는 건설사들 영업이익률은 2005년 -5.73%에서 2016년 -24.5%로 악화됐다. 반면 공공공사 비중이 0%인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11.1%에서 3.39%로 개선됐다.

    건설사들의 채산성 지표인 실행률도 공공공사가 주업인 건설사들이 더 나빴다. 대한건설협회가 2014~2017년 4월까지 준공된 공공공사의 실제 실행률을 조사한 결과 총 130건 중 68.5%에 달하는 89건의 공사에서 추정되는 총 공사원가나 실제 사업비 집행비용이 준공금액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영건설의 경우 공공공사 비중이 줄면서 실적은 되레 좋아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1.4% 오르면서 시평 상위 주요 28개사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65% 증가하면서 두산건설 +28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며 영업이익률은 8.36%p 오른 14.2%를 기록했다.

    이 기간 28개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60%였다. 경남 창원시 유니시티, 전북 전주시 에코시티 등 대규모 개발사업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 주요했다는 평이다.

    공공공사에서 강점을 보였던 한양도 수주비중이 뚝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총 5조8768억원의 수주잔고 가운데 공공부문은 1조9557억원으로 33.3%에 그쳤다. 태영건설과 마찬가지로 자체사업이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역시 2015년 300억원대 적자를 내던 기업이 2년 만에 700억원대 흑자 기업으로 변신했다. 영업이익률도 11.1%로 두 자릿수로 늘어났다.

    한신공영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공공에서 나왔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자체사업을 적극 확대하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지난해와 올해 분양하는 부산 일광지구, 세종 2-4생활권·1-5생활권 3개 현장에서만 총 1조2000억원의 매출이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724억원 영업손실에서 4년 만에 1300억원 흑자를 기록하게 됐다.

    이밖에 동부건설과 진흥기업 등의 경우 실행률 100% 이상인 공공공사는 입찰참가를 금지하는 내부지침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경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소업체는 회사 유지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공공공사를 계속하지만, 상대적으로 자금력과 규모가 되는 중견사들은 2014~2017년 주택 호황기와 지방자치단체의 택지 공급시기가 맞물리면서 2015년을 전후로 공공공사를 떠나 자체사업으로 탈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