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대북제재 완화 여부가 최종 변수현정은 회장, 대북사업 의지 강해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대그룹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대그룹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남북 경협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판문점 선언'에 경제협력 내용까지 포함되자, 현대그룹은 물론 재계 전체가 기대에 부푼 모습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에서 대북사업을 주도해 온 현대아산은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주목하고, 경협 재개에 대비한 심층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내달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이행 여부에 따라 유엔의 대북제재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앞서 지난 27일 발표된 판문점 선언에는 대북 제재가 풀릴 경우, 남북 경협에 착수할 수 있는 사전 조치 성격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고,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에 활용되는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그간 대북사업이 재개된다는 희망 아래 꾸준히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며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이 재개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메뉴얼은 만들어 놓은 상태이며, 지금은 심층적인 논의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정상회담 직후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성공단 재가동 대비에 돌입했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하기로 한 점도 개성공단 재가동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개발사업권자이자 금강산관광의 주사업자다.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까지 공단에서 호텔과 면세점, 식당, 주유소 등 지원시설을 운영해 온 만큼 이번 정상회담 이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그룹에게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숙명과도 같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였던 대북사업은 지난 1998년 시작됐지만, 2008년 관광객 피격 사건을 계기로 중단됐다. 이후 10년 간 현대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의 경영권을 넘기는 등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현정은 회장의 대북사업 의지는 남달랐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남북간의 경제협력과 공동 번영은 반드시 우리 현대그룹에 의해 꽃피게 될 것"이라며 "이런 사명감은 남북교류의 문이 열릴 때까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담담한 마음으로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현 회장의 대북사업을 향한 뚝심이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올해 들어 남북 관계가 해빙 분위기로 전환되자 현대아산은 남북 경협 재개 추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일찍이 사업 정상화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아산 측은 "소문과 달리 아직 태스크포스 조직은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정부 간 가시적인 조치가 나오게 된다면 조직을 꾸리고 인원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도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남북 경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사업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여러가지로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당장 경협 기대감을 부풀리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회담 성과에 따라 섣부른 경협에 나서기보다는 북미 정상회담 후 실질적인 비핵화 후속 작업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남북 경협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주요 기업들에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마련돼야 비로소 경협 시기를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