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집중하는 4대 시중은행과 반대 행보올 1분기 중기 잔액 77조원…고작 0.45% 성장"지역 경제 활성화 위해 대출 여력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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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 중인 지방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나날이 침체되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은행의 역할이 막중한 가운데, 지역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5대 지방은행의 올해 1분기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77조4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 대출 잔액 76조7035억원에서 고작 0.45% 늘어난 수치로, 초라한 중소기업대출 성적표다.

은행별로 살펴봐도 소수점 이하로 찔끔 증가하거나 오히려 대출이 감소한 은행도 있다.

대구은행의 경우 전분기 대비 중소기업대출은 감소했지만 대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이 늘었다.

중소기업대출은 전분기 대비 0.3% 감소한 22조1379억원, 대기업대출은 전분기 대비 0.3% 증가한 2조1117억원을 기록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9조79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전분기 대비 2.7% 성장했다.

경남은행은 간신히 마이너스 실적을 면했다. 1분기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전분기 대비 0.1% 증가한 16조9139억원이다.

지방은행 중 가장 많은 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부산은행은 전분기 대비 0.6% 오른 23조1427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0.5% 증가했을 뿐이다.

광주은행의 1분기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8조 239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6% 올랐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4.4% 대폭 감소했다.

그나마 전북은행 사정은 봐줄 만하다. 5대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시중은행과 견줄 만한 중소기업대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북은행의 1분기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조612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8% 성장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4.4% 대폭 늘었다.

전북은행의 경우 중소기업대출뿐만 아니라 가계대출까지 비중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6% 증가한 6조3801억원을 나타냈다.

반면 기업대출 중 대기업대출은 1년 전부터 꾸준히 감소하는 모습이다. 전년 동기 대비 27.1%, 전분기 대비 13.9% 감소하며 올해 1분기 4459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지방은행의 저조한 중소기업대출 실적은 기업대출에 힘을 쏟고 있는 시중은행과 반대의 행보다.

4대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해부터 소호 및 중소기업 중심으로 대출 수요를 늘리면서 전년 말 대비 평균 2~3% 이상 대출을 끌어올렸다.

일각에서는 시중은행과 경쟁하기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 지방은행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지역 기업대출 여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하는 지방은행이 중기대출에 힘을 빼는 것은 지역 경제 부진 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금융경제연구소 강다연 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의 경우 원화대출 약 65%를 중기대출로 구성하고 있지만, 수도권 중심의 금융 집중도 증가와 지역 불균형 발전으로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게 여전히 어렵다"며 지역 소재 가계와 중소기업의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금융기관의 대출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은행이 지역 경제와 함께 일어서기 위해선 지역 기업과 밀착 관계를 형성하고, 지역 금융업무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며 "구조조정 여파로 조선 업종과 건설회사 대출 수요가 줄어들면서 신규 대출이 대폭 줄어든 만큼 기존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의 장래 성장성을 기반으로 한 평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방은행의 가계대출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의 영향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올해 초부터 DSR 시범운영이 시작되면서 가계대출에 집중됐던 관심이 기업대출로 옮겨지는 것이다. 지방은행의 경우 내년 초까지 DSR 도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DSR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도입한 제도로,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까지 살펴보면서 차주의 상환 능력을 더 꼼꼼히 따져 한도를 정하기 때문에 대출 문턱을 넘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