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부터 2020년까지 총 6128가구 분양전환 폭탄도래"건설원가 기준" vs "다 알고 입주" 대립각 첨예"판교 '2기' 신도시, 상승 예측 가능… 이제 와 5년 임대 수준 요구는 '이기주의'"
  • ▲ 판교신도시 '산운마을 8단지 부영 사랑으로' 단지 내. ⓒ다음지도 갈무리.
    ▲ 판교신도시 '산운마을 8단지 부영 사랑으로' 단지 내. ⓒ다음지도 갈무리.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신도시에 공급된 10년 임대아파트의 첫 분양전환이 임박한 가운데 분양전환가를 두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판교 아파트 시세가 입주 당시에 비해 크게 오르자 부담을 느낀 일부 입주민들이 분양전환가를 건설원가에 기반해 책정하자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건설사 등 공급주체는 현행법상 명확한 법규가 있는데다 향후 임대주택 공급 자체가 줄어들 수 있는 만큼 난색을 표하고 있다.

    1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판교에 공급된 임대아파트는 2008년 371가구를 시작으로 △2009년 4173가구 △2010년 1584가구 △2011년 3271가구 △2012년 178가구 △2013년 142가구 △2014년 1722가구 등 총 1만1441가구 규모다.

    이에 따라 올해 371가구의 분양전환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전체 임대아파트의 절반이 넘는 6128가구가 분양전환될 예정이다.

    10년 공공임대주택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과 점진적 자가 소유 촉진을 위해 참여정부 당시 도입된 제도다. 건설사업자에게 공공택지와 기금 등을 지원해 임대주택을 건설·운영토록 하고 10년 의무임대기간 경과 후 시세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임차인에게 우선적으로 분양전환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분양전환가 산정에 대한 입주민과 임대아파트 공급 주체인 LH 및 민간건설사 간 입장이 다르다는 점이다.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가는 임대기간에 따라 산정방식이 다르다.

    임대주택법을 보면 5년 임대의 경우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시세)의 평균치로 산정되기 때문에 주변 아파트 시세의 70% 선에서 분양전환이 이뤄지는 반면, 10년 임대아파트는 감정평가액 이하로 분양전환가가 산정된다.

    정부가 LH 등 사업주체들이 오랜 기간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10년 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 산정을 달리한 것이다. 이 때문에 5년 임대주택보다 10년 임대주택의 분양가가 시세와 가깝게 책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입주민들은 판교 아파트 시세가 크게 올라 규정에 준한 분양전환가가 책정될 경우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임대아파트 취지에도 맞지 않고 입주민들에게도 과도한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일부 입주민들은 규정에도 없는 5년 임대와 동일한 기준으로 분양전환가를 정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오는 12월 분양전환 예정인 '산운마을 8단지 부영 사랑으로'를 두고 지역에서는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이 단지는 371가구 규모의 비교적 작은 단지지만, 분양전환시기가 빨라 다른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가 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역 내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지역 내에서는 단지 입주민뿐만 아니라 인근 단지 입주민까지 나서 압박 여론을 형성하는 분위기다. 이를 통해 낮은 분양전환가 선례를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다른 단지 분양전환가까지 낮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나아가 6·13 지방선거까지 겨냥해 정치권을 압박하는 집단행동을 이어오고 있다.

    정치권 역시 서민들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분양전환가를 낮추겠다는 공약, 개정안 발의 등을 통해 '표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4월 윤종필 의원(자유한국당)은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가 산정방식을 '분양가상한제'에 준하는 방식으로 개선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앞서 민홍철 의원(더불어민주당)도 5년 공공임대와 동일한 방식으로 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법률 개정도 진전이 없고,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에도 협의 절차 의무화만 담겨 있어 분양전환이 임박한 임차인들의 분양전환가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LH 등 공급주체는 10년 전 입주 당시에도 관련 내용을 충분히 고지했다는 입장이다. 다 알고 입주했는데, 이제 와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지역 이기주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 같은 방식으로 분양전환가 산정 기준이 변경되면 장기간임대로 위험 부담이 큰 10년 임대주택의 공급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공공임대의 경우 임대료 책정에 제한을 받아 분양전환에 따른 차액이 주요 수입원이 되는 만큼 규제가 이뤄지면 수익성 악화로 임대아파트 공급에 나설 업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판교 임대아파트 공급주체들은 규정을 무시한 채 무턱대고 분양전환가를 낮추자는 일부 주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7억~8억원 선에 분양전환가 책정이 예상되는 단지의 경우 건설원가 기준으로 분양전환가를 산정하면 가구당 시세차익이 5억원에 육박한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판교의 경우 계획된 2기 신도시로, 어느 정도 아파트값 상승이 예측 가능했던 만큼 이제 와서 5년 임대와 같은 수준으로 분양가를 정하자는 것은 지역 이기주의에서 발로한 주장"이라며 "이 같은 선례를 만든다면 부동산 경기가 상대적으로 침체된 지방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정당한 요구까지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