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상관없이 감독 당국 방향에 따라 바뀌는 규제에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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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규제와 개혁에 초점을 맞춘 금융정책을 추진하면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답답함과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총량규제와 최고금리 인하 등 규제에 발목 잡혀 실적 부진과 수익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서다. 


    특히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와 개혁 기조가 법과 절차에 따르기보단 금융당국 수장의 구두 지시나 권고가 업계에 압박수단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법’에 기반한 관리·감독이 아닌 과도한 재량권을 휘두르는 것 아니냐며 ‘법대로 하게 해달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대출 총량규제로 중 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액이 월평균 40%나 급감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총량규제 실시 이후 적게는 35%에서 많게는 50%가량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규모가 줄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부터 저축은행에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을 상반기에는 5.1%, 하반기에는 5.4% 수준으로 낮추라고 권고함에 따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중신용 자들을 위해 만든 정책상품인 중금리 대출 ‘사잇돌’은 저축은행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사잇돌대출 취급액 9568억원 중 저축은행의 취급액은 4700억원으로 은행의 3974억원, 상호금융 897억원보다 많았다.

     

    게다가 저축은행 자체 대출상품이 정부의 정책금융상품보다 금리도 낮고 한도도 높아 자체판매상품이 더 인기를 끌고 있다.  

     

    2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에서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규 규모를 연간 2022년까지 7조원으로 확대한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냉랭한 분위기”라며 “정책금융상품보다 저축은행의 자체상품이 더 인기를 끌지만 총량규제로 4등급 이하 중신용 자들이 대출받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최고금리인하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인하됐다. 법적으로는 24%가 맞지만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지난달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금리가 연 20%를 넘는 곳은 영업을 제한하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윤석헌 현 금감원장도 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감독당국 수장의 발언에 압박을 느낀 저축은행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금리를 인하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한차례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달라진 감독당국 방향에 또 다시 금리를 인하하면서 저축은행 상당수는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규제완화는 바라지도 않는다. 법대로만 사업할 수 있게 해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또 다른 2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법적으로 명확한 근거가 없는 ‘그림자 규제’를 없앤다고 밝힌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관리‧감독 권한을 앞세워 업계를 압박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며 “영업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져 성장은 고사하고 생존을 고민하는 업계상황을 고려해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중금리 대출이라도 제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