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장기채권 매입 보험사 한도 육박…개정안 표류보험업계 “골든타임 놓칠라”…사업계획 차질 우려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국내 보험업계가 IFRS17(새 국제회계기준)과 4차 산업혁명시대 도래로 변화를 꿰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와 ‘그레이존(gray zone·규제 기준 불분명한 회색지대)'에 발목이 잡혀있다.

     

    자본확충을 위해 해외 장기채권을 매입하고 있지만 보험사의 매입한도가 턱밑에 육박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칠 위기다. 상황은 급한테 투자비중 제한을 폐지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11개월째 표류 중이기 때문이다. 규제를 완화해주겠다는 정부의 약속만 믿었던 보험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는 해외투자 규제와 보험사 헬스케어 시장 진출 관련 법령해석팀 미구성이 대표적이다.

     

    보험사들은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유가증권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이나 미국 등 해외 장기채권 시장규모가 크고 수익률도 높아 수요가 커진 것이다. 그러나 투자한도 완화 법안이 국회 정무위 소위도 통과하지 못한 채 법 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생명보험사는 전체 운용자산 64조9728억원 중 13.4%인 8조6859억원을 해외유가증권에 투자했다. 이 비중은 지난 2015년 말까지만해도 6.7%에 불과했으나 IFRS17 대응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해외유가증권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한화생명(24.6%)에 이어 동양생명(19.2%), 현대라이프(21.8%), KDB생명(19.9%), NH농협생명(20.2%) 순이다.

     

    현행 보험업법 제106조는 해외유가증권 투자 비중을 일반계정 자산의 30%(특별계정은 20%) 로 제한하고 있다.

     

    규제를 풀어준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은 보험사들은 해외투자를 늘려오다 법적 한도가 턱밑까지 다다르면서 더 이상 투자가 어려워 투자 적기를 놓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정 법안이 언제 국회를 통과할지 몰라 투자전략 수립에 고민이 크다"면서 “입법 과정 지연으로 시장 불확실성만 키우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물린 보험사들의 건강관리 진출시장도 상품개발이 미적대고 있다.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의 구분이 어려워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건강관리서비스를 접목한 상품개발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3월까지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를 확인하고 해석해주는 법령해석팀을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진전이 없다.

     

    때문에 보험사들은 웨어러블기기를 통해 수집된 운동량이 목표치에 달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방식의 상품만 내놓고 있다. 혈압이나 혈당체크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방식의 상품개발 활성화가 안되는 이유다.

     

    생명·손해보험 재보험 준비금을 의무 적립대상에 포함시키는 작업도 애를 태우고 있다.

     

    업계는 그동안 적립한 비상위험준비금 중 보험업감독규정시행세칙 개정으로 인해 적립대상에서 제외된 생명·장기손해보험 재보험 가입분의 준비금을 다른 항목으로 환입하는 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해왔다.

     

    적립대상에서 제외된 항목의 준비금을 다른 종목으로 환입하게 되면 신지급여력제도(K-ICS)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서는 지난해 1월 적립기준을 명확히 한다며 보험업감독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해 K-ICS 초안 마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1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적립기준에 대한 기준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도시행에서 모호한 부분이 해결되지 않아 보험사들이 구태의연한 규제와 영업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산업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당국은 금융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은 관치금융과 규제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