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자로 롯데닷컴 합병, 이커머스사업본부 신설자체 경쟁력으로 온라인 사업 도전장… 이커머스 경쟁력엔 의문인재 영입·기업 인수합병 등도 고려할 듯
  • ▲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공준표 기자
    ▲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공준표 기자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인 월마트가 아마존 잡기에 나섰다. 오프라인 사업을 중심으로 세계 1등 자리에 올랐던 월마트조차 시대의 변화에 두 손을 들고 온라인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국내 최대 유통 기업으로 불리는 롯데도 월마트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기업으로서의 재도약을 선언했다. 거대한 온라인 시장을 향한 도전장인 동시에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온라인 기업으로의 탈바꿈을 공표한 롯데가 마주한 과제들과 현재 시장 상황을 짚어봄으로써 롯데의 위기와 기회를 엿본다. <편집자주> 

"온라인 사업에 뛰어든 롯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대규모 투자나 신기술 개발이 아닙니다. 온라인 DNA를 구축하는게 관건이죠." (이커머스 업계 A씨)

롯데가 국내 1위 이커머스 업계를 목표로 온라인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3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투자지만 정작 이커머스 업계는 긴장하기보다 오히려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롯데지만 온라인은 완전히 판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롯데만의 조직문화로는 빠른 변화와 혁신의 속도가 중요한 이커머스 사업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롯데쇼핑은 온라인 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롯데닷컴을 흡수합병하고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전국 오프라인 매장 1만1000여개를 기반으로 온라인과 연계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는 이달 초 열린 온라인 사업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이커머스 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롯데는 유통 리딩 업체로서 그 위치를 지속하는데 불확실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좋은 인재들을 영입해 온라인에서도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유통 시장 성장세가 정체된 가운데 매출 비중이 온라인 쪽으로 점차 기울면서 롯데도 온라인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것이다.

롯데는 새로운 피를 수혈하거나 관련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대신 자체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전략을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오는 8월 1일 롯데쇼핑 산하로 롯데닷컴이 흡수합병되고 이커머스 본부가 신설되는데 사업을 이끌 수장도 롯데 내부에서 정해진다. 현재로서는 김경호 롯데닷컴 대표이사가 이커머스 사업본부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수는 없지만 신설되는 이커머스 사업본부장 자리에는 롯데 내부 인물이 내정돼 있다"며 "이커머스 사업본부장을 중심으로 롯데의 온라인 사업 전략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쇼핑 산하 이커머스 사업본부는 약 700여명 규모로 이 중 400여명은 롯데닷컴 직원들이다. 나머지 300여명은 롯데계열사에서 온라인 사업을 담당해 온 직원들로 꾸려지게 된다.

강희태 대표는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새롭게 만들면서 좋은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인재 영입에 있어 폭넓게 열려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커머스 인재들이 롯데에 흡수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유명 이커머스 업계의 한 전문가가 얼마 전 롯데 온라인 사업본부로 자리를 옮겼는데 3달도 채 되지 않아 그만뒀다"며 "롯데의 수직적인 조직문화와 복잡한 결제·보고 체계 등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문화에서 일해온 이커머스 전문가들이 롯데의 수직적인 조직문화와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기반에 흡수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에서 과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도출되고 실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롯데가 오픈마켓인 SK플래닛 '11번가'나 다른 온라인 기반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기존 롯데가 운영하는 8개의 온라인 통합몰을 한 데 모은 물리적인 통합을 이루고 온라인 기반 기업을 인수해 온라인 DNA를 이식하는 방안이 꼽히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11번가 인수 무산 이후 온라인몰 통합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자체 조직만으로 이커머스 사업에 한계를 느낀다면 인수합병이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온라인 사업 연간 매출 규모가 지난해 기준 7조원으로 G마켓과 11번가에 이은 3위라고 밝혔지만 롯데의 오픈마켓 의존도가 전체 매출의 20%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통합몰이 성공해 수익을 내려면 오픈마켓 의존도를 줄이는 것도 큰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 ▲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공준표 기자

    롯데그룹의 수장인 신동빈 회장의 부재도 롯데 온라인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은 꾸준히 옴니채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쳐왔다. 오너의 경영 공백 상태에서 사업 추진이나 과감한 결단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강희태 대표는 "롯데의 
    이커머스 사업은 최근 한 두 달 사이 이뤄진 것이 아니고 그룹 내 온라인 이커머스 협의체가 지속적으로 이뤄낸 결과물"이라며 "신 회장 공백 상황이지만 비상경영위원회가 있어서 자체적으로 협의체 통해서 의사결정 이뤄지기 때문에 회장 공백으로 인한 경영 단절이 생기지 않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 총수가 공백인 상황에서 임기 내 성과를 내야만 하는 사장단과 임원단이 지속적인 적자를 끌어안으면서 과감한 혁신과 도전, 투자를 온라인 사업에 쏟아 부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롯데의 온라인 사업 통합은 수년 전부터 계속해서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각 계열사 간 이해관계와 수익배분 등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롯데 온라인 통합 사업은 몸집만 커진 속 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마트, 슈퍼, 하이마트, 면세점, 롭스, 홈쇼핑, 롯데닷컴 등 8개사의 이커머스 사업을 통합한다. 단계적으로 계열사 간 이커머스 사업 통합을 추진해 오는 2020년에는 통합된 사이트를 선보인다. 이를 통해 2022년 매출 20조원의 국내 1위 이커머스 업계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