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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기영 MBC 사장. ⓒ 뉴데일리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3명이 신경민 앵커 교체논란과 관련, 엄기영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방문진 이옥경 이사장에게 제출했다가 갑작스레 철회했다.

    현재 방문진 이사는 8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재적 과반수인 5명 이상이 찬성하면 해임건의안이 통과되고,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발효될 수 있었다. 해임건의안을 낸 이사는 김정란(상지대 교수) 조영호(전 한겨레신문 전무) 옥시찬 이사(전 춘천MBC 보도국장)였다. 그러나 이들은 4월 27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엄 사장 해임 철회안을 통과시켰다. 해임안을 제출했던 김정란·옥시찬·조영호 등 방문진 이사 3인은 앞서 지난 24일 “엄기영 사장이 재발방지를 약속한 만큼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면서 해임 철회안을 제출했다.

    김정란 이사는 해임안을 철회한 배경에 대해 “△보도국장이 교체되고 △사장이 일정 부분 유감을 표명했고 △MBC 구성원들에게 재발 방지를 위해 시스템을 강구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며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했기 때문”이라며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엄기영 사장이 해임 위기에 빠졌던 이유는 MBC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의 교체 때문. 엄사장은 뉴스데스크의 경쟁력을 위해 돌출발언으로 잦은 문제를 야기했던 신경민 앵커의 4월 개편 때 전격 교체했다. 그러나 MBC 기자회와 노조 등은 정권의 언론 장악이라며 반발, 제작거부를 해 MBC 내의 노사 간 충돌이 야기됐다.

    보도국장 교체로 방문진 친노인사의 비위를 맞춘 엄기영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MBC의 노사 충돌에 대해 국민에 대한 눈속임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중도우파시민단체들의 모임은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이하 미발연)은 지난 4월 13일 ‘MBC 신경민, 김미화 교체쇼는 국민사기극’이란 성명서를 통해 “이번의 신경민 앵커의 교체 역시 신 앵커 본인 스스로 그만두고 싶어 했고, MBC 경영진이 이를 인정했을 뿐이다. 김미화 씨 교체 역시 대중을 상대로 눈속임 한번 하고 그대로 가기로 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엄기영 사장은 신경민 앵커의 해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보도국장을 교체하면서 친노성향의 방문진 이사들의 비위를 맞추며 해임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버텨냈던 것이다.

    그러나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엄기영 사장 등 MBC 경영진은 지난 5월 6일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와 최혁재(MBC 기자회장), 이성주(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장), 김연국(보도본부 비상대책위 대변인) 기자에게 각각 징계방침을 통보하고, 11일 인사위원회에서 징계수위를 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들은 신경민 앵커 교체와 관련해 제작거부를 강행한 바 있다. 엄사장은 이에 대해 뒤늦게 징계하고자 나서며 MBC에 또 다시 파란이 예고되고 있다.

    이러한 엄기영 사장의 행태에 대해 MBC노조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는 중도우파시민사회에서조차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경민 앵커의 교체는 보도국장의 고유 인사권이다. 또한 신경민 앵커의 정치성 돌출발언으로 인해 MBC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고, 실제로 뉴스데스크의 광고판매가 급감했다. 이런 정당한 인사권을 발휘한 보도국장이 교체될 때까지 엄사장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친노성향의 방문진 이사들 앞에서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하면서 사장 자리를 지켜냈다.

    문제는 향후 8월 방문진 이사진이 교체되면서 친노성향과는 전혀 다른 중도우파 성향의 인사들이 MBC의 경영을 책임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방문진이 MBC사장을 해임할 수도 있는 점이 이번 엄사장 해임건의안으로 명확히 된 상황이다. 8월 이후 교체된 방문진 이사들은 180도 다른 시각으로 엄사장의 경영행태를 비판할 가능성이 높다.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한 보도국장 하나 지켜내지 못하면서 어떻게 노조로부터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줄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번에 제작거부를 한 기자들에 대한 인사조치는 바로 8월 방문진의 이사교체를 염두에 둔 제스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러한 엄사장의 오락가락 행보는 이미 지난 촛불 사태 때부터 중도우파시민사회의 분노를 자아냈다. 명백히 거짓성 오보를 한 ‘PD수첩’에 대해 아직까지도 MBC의 명확한 사과가 없다. 지난해 MBC노조의 1차 파업 당시 공중파 뉴스를 통해 지지발언을 한 박혜진 앵커의 멘트로 인해 방통심의위에 징계를 받았으나 MBC는 이를 법원으로까지 끌고가며 집행정지 처분을 받아내었다. 엄사장이 자신의 자리 보전을 위해 친노세력 및 노조와 중도우파시민사회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면서 오히려 MBC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의견이다.

    엄기영 사장의 기회주의적 행보가 MBC 위기를 심화시킨다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의 전경웅 사무국장은 “MBC는 방문진 교체 이후 일대 수술이 불가피한데 엄사장의 기회주의적 행보로 인해 MBC 개혁에 큰 차질을 빚게 될 것”, “방문진 이사진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바로 엄사장 해임”이라며 엄사장을 비판했다. 미발연은 성명서를 통해 “온갖 편파보도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MBC를 경영위기로 내몬 당사자로서 당연히 스스로 물러나야한다고 판단한다”며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MBC 내부의 독립군이라 불리며 노조 경영 체제를 비판하고 있는 공정노조위원회도 “엄사장이 노조 측의 눈치를 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지금의 MBC의 심각한 위기를 방문진 이사 교체 이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광고판매율 급감, 시청률 하락, 막대한 디지털전환비용 마련 등 MBC 구성원이 똘똘 뭉쳐도 넘기 힘든 산들이 가로막고 있는데 엄사장의 기회주의적 태도 때문에 오히려 갈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엄사장은 기자들이 보도국장 해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에 나섰을 때 “거취 결단을 내리겠다”며 자리엔 연연하지 않고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 보도국장은 결국 해임됐고, 엄사장 혼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친노좌파성향의 현 방문진 이사진은 이번에 엄사장을 해임하면 방문진 이사 교체 이후 또 다시 사장이 교체되면서 MBC가 방문진 통제 아래 놓일 거라는 점을 우려해 해임안을 철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 입장에서도 중도우파시민사회 입장에서도 탐탐치 않은 엄사장이 계속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묘한 정치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즉 엄사장을 교체하더라도 중도우파 측에서 하라며 폭탄을 돌려버린 셈이다. 과연 이러한 엄사장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능력이 방문진 이사 교체 이후에도 발휘될 것인지 언론계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