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필지 잘게 쪼개 매각, 계획안 변경 “대기업 특혜시비 우려” 당초 해명 무색 가격 인하 없는 쪼개기, 업계 회의적 반응
  • 서울시가 23일 밝힌 마곡지구 지식산업클러스터 배치안.ⓒ
    ▲ 서울시가 23일 밝힌 마곡지구 지식산업클러스터 배치안.ⓒ

    서울시가 사실상 마지막 대규모 개발지역인 강서구 마곡지구에 대한 조성계획을 전면 개편키로 했다. 변경안은 산용단지 용지를 당초 계획의 절반 이하 크기로 쪼개 파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상황과 최근의 경기 하강 국면을 고려, ‘신속한 매각’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대규모 용지를 원했던 LG그룹에 절반 수준만을 배정했던 시가 경기침체로 상황이 악화되자 뒤늦게 쪼개 팔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매매가격 인하 없는 필지 쪼개기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아 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는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마곡지구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안’을 발표했다.

    변경안의 핵심은 마곡지구 중 산업단지를 자족기능을 갖춘 5개 지식산업클러스터로 개편하는 것이다.

    시가 밝힌 5개 지식산업 클러스터는 ▴선도기업으로 입주하는 LG와 코오롱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하는 핵심지구(Core) ▴IT 융복합 산업 중심지(InT) ▴의료서비스·의약 중심의 복합의료 중심지(BmT) ▴식물학 및 종자중심산업 중심지(BaT)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중심지(GeT) 등이다.

    시는 이를 위해 산업단지를 기존 101개 필지에서 207개로 쪼개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변경안에 따르면 필지당 면적은 평균 7천632㎡에서 최소 3천526㎡로 줄어든다. 업무필지는 1만8천87㎡→2천717㎡로, 상업용지는 1만8천523㎡→2천487㎡로 잘게 나뉜다.

    시는 변경안이 확정되면 마곡지구의 자족기능이 개선됨은 물론 중소, 벤처기업들의 입주가 쉬워져 용지 분양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청 용지의 58%만을 분양받은 LG그룹에 대해서도 하반기 추가 매각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각각의 클러스터 안에 문화·체육시설을 갖춘 거점공원을 만들고, 클러스터 사이에 생활편의시설이 집약된 상징가로를 조성하는 등 지구 전체의 자족기능을 크게 개선했다”
     - 서울시 관계자

    “이번 계획변경으로 마곡지구는 첨단산업 및 경제적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융복합형 산업단지, 산업·업무·생활·여가·상업 등이 한 공간에서 가능한 ‘자족적인  도시공동체’로 조성될 것”
     - 남원준 서울시 마곡사업추진단장

    그러나 필지 쪼개기만으로 지지부진한 용지 매각이 활성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만만치 않다.

    각종 경기선행지표들이 적색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마곡지구 분양에 선뜻 나설 기업이 많지 않다는 관측이다.

    때문에 대규모 용지 분양을 신청한 LG그룹에 시가 너무 인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시는 대기업에 너무 많은 토지를 분양할 경우 특혜시비는 물론 대중소기업 상생발전이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으나, 이번 계획안 변경으로 설득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마곡지구 사업은 서울 강서구 마곡, 가양동 일대 366만5천㎡에 주거와 산업, 공원복합단지를 아우른 미래형 신도시 개발을 목적으로 지난 2009년 10월 첫 삽을 떴다.

    주거단지(1지구) 106만6천㎡, 산업·업무단지(2지구) 190만㎡, 공원복합단지(3지구) 69만9천㎡ 등 3개 지역으로 나뉜다.

    현재 전체 사업 공정률은 지난 6월 기준으로 28%이며, 산업단지 중 의료용지는 매각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