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이재석 상인회장
  •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이재석 상인회장 ⓒ 이종현 기자
     

    1960년 홍제천 주변 뚝방시장으로 시작한 인왕시장은 1972년 정식시장으로 등록됐다.

     

    서울 서북권의 대표적인 채소 도매시장이다.
    350개 점포 중 100여개의 농산물 판매업소가 있는데,
    농산물을 직접 조달해 신선하고 싸고 품질이 우수하다.

     

    [착한 가격]으로 때로는 대형마트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점포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은 여느 전통시장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시장 한 켠에는 여느 전통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어린이 모래놀이 카페, 바리스타 교육을 하는 커피전문점, 설치미술 작품 전시 공간, 컵케이크 판매점 ….
    [희망가게]다.


    

    "이쪽 골목에 빈 점포들이 늘어나면서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어두컴컴했다.
    지금은 깔끔하게 새 점포가 들어오니 시장 전체가 환해졌다.
    젊은이들이 많이 들락날락하니 분위기도 달라졌다.
    새 점포들이 점점 홍보가 되고 자리를 잡으면 시장과 함께 다 잘 될 것 같다."


    서대문구는 전통시장과 사회적기업이 함께 살 수 있는 이색적인 방안을 내놓은 것.
    인왕시장 내 비어있던 점포를 새로 단장해,
    청년창업가와 사회적기업, 예비사회적기업에 무상 임대했다.
    4개월에 걸친 끈질긴 설득 끝에,
    건물주는 점포당 월 200만원 가량인 임대료를 2년간 받지 않겠다는 통 큰 결정을 내렸다.

     

    구는 입주를 희망한 20여개 업체 가운데,
    사업 전망이나 기존 점포 판매 품목과 중복여부, 전통시장에 문화적 향기를 더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 8곳을 선정했다.

    입점 업체들은 청년 사회적기업가답게 당장의 수익보다 지역사회와 공생을 목표로 했다.

    바리스타를 양성하며 커피를 파는 <자리 커피전문점>은
    저소득층 청소년을 커피나 빵 전문가로 키울 계획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어린이 모래놀이 카페]죠.
    장을 보러 온 주부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어요."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창업 도모]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벌써부터 상생 효과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 상인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고 고객에게 입소문도 내줘 수입이 꽤 된다.
    금방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차성원 샤론플라워 점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전통시장 상인들과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은 소통을 통한 상생을 꾀하고 있다.

    [희망가게] 뿐만 아니라 빈 점포를 [갤러리]로 활용한 곳도 있다.
    설치미술을 전공한 청년 예술가들이 시장을 살리기 위해 사비를 털어,
    <스페이스 플러스>라는 갤러리를 오픈한 것이다.

    "상인들과 친해지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냉커피를 타드린다.
    커피 잔에 상인들의 코멘트를 받아 그것을 다시 설치미술로 전시하고 있다.
    상인들은 자신이 마신 잔이 작품이 되는 것을 즐거워할 것 같다. "

    -심설희 디렉터


    이 회장은 갤러리가 상인이나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 등 누구나 와서 문화를 즐기는 휴식공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공동무료배송센터도 개관했다.
    배송센터에서는 당일 3만원 이상이나 10㎏ 이상 물품을 구입하면,
    시장 반경 2㎞까지 무료 배송해준다.
    홍제, 홍은, 연희동은 물론 종로구 세검정, 은평구 녹번동까지 가능하다.

    "한 울타리 안에서 가족처럼 어울리고 소통할 자리가 생겨 너무 감사하다.
    현대화가 다가 아니다.
    상인대학도 이번에 처음 시작했다.

    상인들의 의식이 변해 전통시장이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
    우리 인왕시장 사례가 빈 점포 활용의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