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점포 하나 없는 [역곡북부시장]… 동아리·도서관 마련해 상인들 사기 충전
  • ▲ 역곡북부시장을 찾은 한 부부가 경품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 역곡북부시장을 찾은 한 부부가 경품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지난 19일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역곡북부시장> 입구에서, 
    이벤트가 펼쳐졌다.

    대형버스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가수 초청 공연, 즉석 경매,
    고객 한마당 등이 열려 시끌벅적했다.


    경기도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문화와 고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전통시장 사업]에,
    이 시장이 선정돼 벌어진 행사였다.


    경기도가 <역곡북부시장>을,
    주목한 데는 이유가 있다.

    점포 112개 중 빈 점포가 하나도 없다.
    상인회 가입률 100%에,
    지금도 젊은 사장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지난해 전통시장으로는,
    최초로 [제17회 한국유통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공동마케팅 부분 우수상, 전국우수시장 박람회 우수상 등
    각종 상을 휩쓰는 등 경력도 화려하다.


    비결이 궁금해 <시장경제신문>기자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봤다.

    역곡역에서 도보로 3분에 있는,
    이 시장도 여느 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아케이트는 기본이다.


    여기에 부천시는 물론,
    다른 지역들과의 교통 인프라가,
    잘 형성돼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뿐만 아니라,
    부천시 공직자들로 구성된 록밴드와,
    지역 록밴드의 정기공연, TV나 방송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한 공개방송 유치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최근 개관식을 마친 도서관도 눈길을 끈다.
    전통시장 안에 도서관이 생긴 것은 드문 일이다.

    도서관이 위치한 고객편의센터가 지난해 말 완공돼,
    영상, POP, 기타, 요가, 꽃꽂이를 비롯해,
    9개의 프로그램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시장도 보고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대기자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2005년부터 부천 역곡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다가,
    도서관 개관과 함께 이곳으로 옮겨왔다.

    주부들에게 시장은 친구 같은 관계인데,
    전통시장 안 도서관을 이용해 독서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영향으로 책을 멀리하고 있는 요즘,
    전통시장 안에서 독서운동을 펼치겠다.”

       -도서관 사서이자 독서동아리 [책사랑회] 이경자 회장


    시장 동아리들이 참여해 버라이티 매거진인 [덤]과,
    시장 소식지 [알록달록]도 발행 중이다.
    영상 동아리인 [YG필름]은 시장의 역사를 카메라에 담는다.


    “감독이 돼 CF를 찍고 실시간 방송도 하며,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그런데 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면서 그 꿈에 다가가게 됐다.”

       -YG 필름의 촬영 및 에디터이자 상인회 총무인 김두환 씨


    이날 행사에서 가장 인기를 모았던 것은 [즉석 경매].
    상인들이 기증한 물품은 경매를 통해 판매해,
    전액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쓰인다.


    “정가의 반 가격이다”고 소리치자,
    고객들은 앞다퉈 구입하려 한다.

    구매자가 많을 경우 가격이 올라간다.
    때로는 가위, 바위, 보로 낙찰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시장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
    백화점 문화센터 못 지 않다.

    도서관에다 각종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주기적으로 이벤트도 열리니 [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주 찾게 된다.

    즉석 경매를 하는 모습이 특히 재미있었다.
    내가 제시한 가격에 낙찰이 될까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시 중가 절반 가격에 구입하게 됐다.”

       -시장을 찾은 함경식 씨


    “예로부터 전통시장은 지역과,
    서민 경제의 한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급격한 유통 환경 변화로,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게 됐다.

    우리 시장은 LED조명·CCTV 설치, 세일경품 행사,
    고객선 지키기, 공용쿠폰 발행,

    빈 점포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행사와 공연 등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고 있다.

    고객이 시장에서 물건만 사는 게 아니라,
    정담을 나누는 이웃이기를 바란다.

    좋은 먹을거리, 입을거리, 즐길거리를 준비해,

    고객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겠다.”

       -역곡북부시장 남일우 상인회장


    역곡북부시장은 홈페이지 관리 또한 남다르다.
    다양한 활동은 차곡차곡,

    홈페이지에 담아 귀중한 자료로 활용한다.
    자체 제작된 동영상은 경기도에서도 인정할 정도다.

    홈페이지에는 아케이트 등
    [시설 현대화]사업과 [1대학 1시장]사업 등,
    시장에서 이뤄냈던 사업들이 잘 정리돼있다.

    현재는 상인대학, 어린이 전통시장 체험 등을 시행하며,
    자료들을 모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장 블로그에도 계속 소식을 전하며,
    많은 고객들의 방문을 이끌어내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성과를 거둔 사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들과 공유하고자,
    방송반, 영상반 동아리들과 함께 CD도 만들었다.

    이런 것들이 계기가 돼,
    경기도 전통시장 살리기특별자문팀과,

    한국유통개발원은 역곡북부시장에,
    끈임없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민속떡집 성백영 사장은,
    “19년째 떡을 만들며 얼굴에,

    스며드는 떡 수증기 때문에,

    피부가 좋아진 것 같다”며 밝게 웃으며 말한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떡이 빵에 밀려 나고 있다지만,
    시장 활성화의 영향인지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

    월세집에서 시작해서 우리 집도 장만하고,
    아들 딸, 대학공부 다 시켰다.

    옛말에 [밀 것 먹고는 문지방도 못 넘는다]는 말이 있는데,
    한 민족의 정이 흐르는 전통시장에서,
    식사 대용으로도 가능한 우리 음식 떡과 함께 살고 싶다.


    최근 대형마트의 출현으로,
    열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점포 및 준대규모 점포(SSM)가,
    골목까지 잠식했다는 소식에,
    전통시장 상인들의 고민은 연일 깊어져가고 있다.

    이런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와 상인들이 협력해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한 결과,

    역동적인 시장으로 변신한,
    역곡북부시장의 비결에 귀 기울여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