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였던 서영남 씨는 2003년 4월 1일 단돈 300만원으로 6인용 식탁 하나를 놓고 인천시 화수동에 식당을 차렸다. 만우절에 세운 식당답게 맛있게 먹고 국수 값으로 "잘 먹었습니다" 하면 되는 거짓말 같은 식당, 바로 노숙자와 부랑자들을 위한 '민들레 국수집'이다.

    7년이 지난 지금 식당은 20명은 거뜬히 수용할 정도로 넓어졌고, 손님도 하루에 300명이 방문하는 인천에서 소문난 집이 됐다. 그렇다고 식사가 허술한 것도 아니다. 사골과 물메기 등 최고급 재료에 1식7찬의 호화찬란한 끼니가 준비돼 있다.

    허기진 손님들 덕분에 55인분 밥솥에 밥을 해도 10분이면 동이 나버리고, 고기 요리라도 할라치면 돼지 한 마리는 잡아야 한다.

    재료 값만 해도 엄청날 것 같지만, 서씨에게는 오히려 재료가 남는다. 전국에서 수백, 수천 명의 이름 없는 후원자들이 식당으로 고급 재료들을 보내오기 때문이다. 넘치는 물건을 보관할 곳을 찾던 서씨는 '하늘창고'에 보관하기로 했다.
     
    폐지 줍는 할머니에게 쌀 한 가마니 저장하고, 어려운 이웃의 집 앞에 달걀 한 판을 저장한다. 그러면 언젠가 폐지 주워 모은 돈이라며 후원금이 되어 돌아오고, 좋은 재료가 생겼다며 후원 물품도 다시 돌아온다. 이것이 서씨의 하늘창고식 저장법이다.

    손남이 많아졌어도 식당의 최고급 서비스는 변함이 없다. 한데서 오래 지난 탓에 이가 좋지 않아진 사람에게는 고기를 잘라주고, 깻잎도 먹기 좋게 한 장씩 떼어놓는다.

    하지만 무조건 퍼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반찬을 남기는 이는 반드시 혼쭐을 낸다는 것이 서씨의 방침이다. 어려운 사람이 나누고 욕심을 버려야 더 살기 좋은 세상이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서씨가 이 식당을 처음 차린 것은 단순히 밥 한 공기를 주자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사람다운 대접'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식당 근처에 희망지원센터와 공부방도 차렸다. 식사를 마친 손님들은 이곳에서 냄새 나는 몸도 씻고, 재미있는 영화도 보고 직업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서씨의 체력이다. 허리가 아파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은 꿈도 꿀 수 없고, 어쩌다 내는 할아버지 신음에 자신도 놀랄 정도다. 자다가도 다리에 쥐가 나 잠을 설치기가 일쑤다.

    그런데도 부인 베로니카 씨와 딸 모니카 씨는 그의 그림자가 되고, 왼팔이 되어 서씨와 손님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나눠주고 있다.

    KBS 1TV '인간극장'은 18-22일 오전 7시50분 5부작 '사랑이 꽃피는 국수집'에서 서영남 씨가 퍼주는 희망의 모습을 살펴본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