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무시한 채 공급자-투자자만을 위한 정책‘전세대란’ 논란은 건설-금융 커넥션의 자기 합리화에 불과조손가정, 편부편모가정 위한 정책으로 ‘무상복지 사기’에 맞서야
  • 지난 11일 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그 내용은 전·월세 급등의 원인을 해소하거나 서민들의 부담을 덜기 보다는 공급자와 투자자를 위한 대책뿐이라 서민들의 원성만 높아지고 있다.

     ‘공급자 중심’의 2.11 전·월세 대책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와 여당이 함께 만들었다는 ‘2.11 전·월세대책’의 주요 내용은 ▲주택을 사들여 임대업을 하는 사업자에 세제지원(양도세 중과 완화 및 종부세 비과세) 확대 ▲민간 건설사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전·월세로 활용하면 취득세와 양도세 최대 50% 감면 ▲REIT's(공모형 부동산투자신탁펀드)가 임대주택 건설에 투자하는 경우 개인투자자 배당소득을 한시적으로 감면 ▲2011년 예정된 보금자리임대주택 11만 호 조기 공급 ▲수도권 재개발에 적용되는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 상향조정 ▲연 소득 3,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서민가구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한도를 8,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연 이자를 4.5%에서 4%로 인하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내용을 보면 임차인(소비자)보다는 임대인(공급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임대사업자나 건설사는 다양한 세제혜택을 받게 된다. ‘부실덩어리’로 평가받는 SH나 LH에서 만들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필요한 예산도 조기 집행된다. 부동산 개발업자들도 전월세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 반면 임차인의 어려움을 덜어 주겠다는 대책은 ‘무주택 서민가구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한도 상향조정’ 뿐이다. 참고로 현재 주요 은행에서 빌려주는 ‘전세자금대출’은 전세 보증금의 80%까지만 빌릴 수 있다. 그것도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 소위 ‘빌라’라고 하는 곳은 한도까지 빌리기도 어렵다. 이자도 문제다. 정부가 발표한 대출한도까지 빌렸을 때 발생하는 이자는 연 320만 원(4% 기준. 월 27만 원)이다. 이는 임대인에게 내던 ‘월세’를 금융권에 내라는 말 밖에 안 된다. 

    여기다 전세값 급등에 맞춰 뛰고 있는 월세 보증금은 제도권 금융사로부터는 대출받기가 어렵다. 그나마 지난 1월 31일부터 신한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주택전세자금대출’이라는 상품이 나오기는 했다. 보증금의 80% 한도 내에서 대출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대출기한이 2년으로 비교적 짧고, 이마저도 사는 지역이 저소득층 주거지 밀집지역이거나 연봉이 낮을 경우, 개인의 신용도가 낮을 경우에는 원하는 만큼 대출받지 못한다.

    이처럼 서민계층에게는 체감 상 정부대책이든 금융권에서 획기적인 상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든 별 도움이 안 되는 대책들로 ‘여러분들을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변죽만 올리는 것처럼 보인다.

    전·월세 포함 서민대책, 근본 시각부터 바꿔라

    이 같은 대책이 나오기까지 언론에서 떠들어 댄 부동산 문제는 주택가격 하락과 전세대란이 핵심이었다. 최근 거론되는 월세대란도 전세값 급등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논의에 저가의 월세나 쪽방, 고시원에서 지내는 ‘진짜 서민’들은 쏙 빠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월세로 사는 서민 수는 700만 명이 넘는다. 가구 수로만 2008년 말 기준으로 301만 가구를 넘는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나타난 1인 가구 수는 404만 가구에 달한다. 1인 가구 대부분은 아직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거나 직장이 영세하거나 이혼한 뒤 홀로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금융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연봉 또한 3,000만 원대 이하다. 여기에조차 포함되지 않는 고시원이나 쪽방에서 거주하는 사람 수도 수십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부부처와 여당의 ‘대책’이라는 게 ‘돈 있는 사람이 집 더 사서 임대사업 좀 해주시오’라는 것이니 현실감각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진다. ‘돈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대책을 적극 활용해 중대형 규모의 ‘빈 집’을 담보로 구입한 뒤 임대사업자를 할 생각부터 할 것이다. 월세 100만 원 이상 받으면 몇 년 뒤에는 큰돈을 벌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언론과 정부, 정치권이 현실을 살펴보기 보다는 이미 나온 각종 통계를 철썩 같이 믿고 정책을 만들거나 제안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4인 가구 소득은 연 8만 달러(약 9,000만 원)에 달해야 ‘평균’이라는 소리가 된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게 얼마나 ‘헛소리’인지 잘 안다. 참고로 통계청에 따르면 연 소득 상위 20%의 연봉이 8,700만 원이라고 한다. 다른 통계들도 ‘헛소리’이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조사한 ‘2009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 소득’은 2인 기준으로 344만 원(연봉 4,100만 원 가량)에 달한다.

    이런 ‘헛소리’ 때문에 최근 통계에서 주목받는 게 바로 ‘중앙값’이다. 한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254만 원(연 3,055만 원)인 반면 중앙값으로 보면 월 소득이 222만 원(연 2664만 원)으로 크게 줄어든다고 한다.

  • ▲ 서울 용산구 데이콤 인근에 들어설 한 주상복합아파트 전용면적 171㎡(51.7평)형 모델의 침실 모습. 월세는 평균 500만 원 가량에 달한다. 혹시 정부와 여당은 우리나라 소득수준이면 이 정도 월세부담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 서울 용산구 데이콤 인근에 들어설 한 주상복합아파트 전용면적 171㎡(51.7평)형 모델의 침실 모습. 월세는 평균 500만 원 가량에 달한다. 혹시 정부와 여당은 우리나라 소득수준이면 이 정도 월세부담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이 같은 ‘진짜 현실’, 부동산을 보는 ‘돈 있는 사람’의 생각, 아파트만 지어 놓으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장사했던 주택 공급자들의 ‘탐욕’과 ‘관성’을 이해하지 못한 정책을 내놓은 탓에 ‘2.11 전·월세대책’은 좌·우 양 진영으로부터 ‘강부자 정권의 본색이 드러났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그동안 언론들이 떠들어 대던, ‘자칭 중산층’을 위한 ‘전세대란 대책’이 건설-금융의 ‘부실 커넥션’을 살리기 위한 것임을 정부는 진짜 모를까. 차라리 주택가격 거품을 걷어내고, 2030세대와 저소득층, 조손가정, 편부편모 가정을 위한 ‘월세대책’부터 제대로 꾸리는 게 ‘무상복지 3종 세트’에 대응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는데도 ‘이 따위’ 정책이나 내놓는 걸 보면 이번 정부 역시 ‘여의도’와 ‘광화문’을 떠나 국민의 공감을 얻기는 그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