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으로 재촉발된 [모피아] 논란 노조는 물론 금융권에서도 비판
  • (서울=연합뉴스)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 회원들이 5일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국민은행장)의 사퇴가 관치금융의 결과라고 주장하며 경영권 사수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2010.1.5
    ▲ (서울=연합뉴스)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 회원들이 5일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국민은행장)의 사퇴가 관치금융의 결과라고 주장하며 경영권 사수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2010.1.5

“금융권 인사, 관(官) 손아귀에 달렸다?”

금융권의 관치금융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BS금융지주 회장의 퇴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선임 지연,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인사에 이어 
KB금융지주 인사에 이르까지 
관치금융 논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18일
이건호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이 
차기 국민은행장에 내정되면서 
KB금융그룹을 둘러싼 관치금융 논란은 
다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 부행장은 
금융위원회 고위 인사가 
노골적으로 지지를 표명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노조가 선임 시 강력한 반대 투쟁을 예고한 인물이다.

정부 고위관료 출신인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내부출신 중용]을 약속하며 노조를 달랜 바 있어 
이 부행장의 행장 내정은 
의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 부사장으로 선임된 
김용수 부사장도 
한나라당 부대변인, 17대 총선 출마 등 
정치권 경력을 가지고 있어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취임 당시 약속했던 
 [내부인사 중용]이 지켜지지 않았다

 이건호 국민은행장 내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임 회장과 
 대표이사추천위원회에 참여한 사외이사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전면 투쟁에 돌입할 것이다"

 - 박병권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금융권의 관치금융 논란은 
지난 6월부터 
끊이지 않은 채 계쏙 제기되고 있다.

6월에는 금융당국이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에게 
장기 집권의 폐해가 심각하다며 퇴진을 요구해 
[노골적인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 회장은 결국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진 지 며칠만에 
임기를 9개월이나 남긴 채 
회장 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고 말았다.

금융당국 인사의 내정설이 나돌았던 <신용보증기금>은 
아직 이사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기 이사장으로 
홍영만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있으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차기 이사장 선임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순우 회장이 이끌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도 
계열사 대표 인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금융 주요 계열사 중 
<우리투자증권>, <경남은행>, <우리파이낸셜>, <우리금융저축은행> 등 
일부 계열사 대표의 인사만 단행됐을 뿐 
나머지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상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에 
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우리아비바생명 사장에 
<금감원> 보험업서비스본부장을 지냈던
강영구 <보험개발원>장이 내정된 것과 관련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계열사 인사마저 
 마음대로 못 하는 것 아니냐“
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옛 재무부 관료 출신인 [모피아]가 
금융권을 장악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9곳과 
금융 관련 협회 7곳, 
금융지주 10곳 등 
총 26곳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모피아 출신이 무려 절반인 13명에 달한다.

최근 선임된 
김근수 <여신금융협회> 회장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출신이며,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기재부 국고국장을 거쳐 조달청장을 지냈다.

금융지주 회장 중에는 
재정경제부 2차관 출신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외에도 
기재부 1차관과 국무총리실장을 지낸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대표적인 [모피아]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이원태 <수협은행장>은 
기재부 관세정책관을 역임했다.

[모피아]에 의한 관치금융 논란과 관련,
노동조합 뿐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형 금융지주사나 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금융권 전반에 [모피아]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
 
 처음 출범하던 당시 
 열 두어명의 인원에 불과하던 <금융위원회>가
 지금 200명을 넘는 대규모의 조직이 돼 버린 것이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금융감독원> 조차
 [모피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선 금융기관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관(官)의 간섭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무슨 선진금융, 무슨 창조경제가 어떻게 구현되겠는가”

 - 금융감독원 간부급 관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