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불참 선언 "개원의 집단휴진 참여율 낮을 전망"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 "비상·응급진료체계 강화 진료공백 최소화"


  •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지난 주말 총파업 찬반 투표 결과, 파업 찬성이 압도적인 찬성율을 기록해 오는 10일 총파업(집단 휴진)에 돌입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대한병원협회가 이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혀, 실제 파업이 재연될지 미지수라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3일 의협에 따르면 지난 1일 개표가 끝난 의협 회원들의 파업 찬반투표는 76.69%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투표는 총 4만 8861명이 참여한 가운데, 찬성 3만 7158명, 반대 1만1168명으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의협의 한 관계자는 “지난 2일 총파업을 이끌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위원장에 노환규 의협 회장을 선임, 노 회장을 비롯해 비대위원 10~15명을 선임해 3일부터 총파업을 위한 전면 준비에 돌입한다”며, “지도자가 구속될 우려가 있어 핵심 지도부를 미리 1, 2, 3기 비대위에 골고루 배치하는 등 1기가 구속되면 2기가 곧바로 구성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협의 내부 갈등이 깊어지면서 파업의 정당성과 동력을 동시에 상실하는 자충수를 둬 실제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이 얼마나 될 지는 두고 봐야한다는 게 의료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의협과 대한병원협회가 한목소리를 냈던 2000년 의약분업 사태와는 달리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 등 내부 이해관계가 엇갈려 동력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실제 병협은 지난 1월 의협이 집단휴진을 예고하자 쟁점 가운데 하나인 투자활성화대책과 관련 “의료법인의 경영난 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 “협회는 병원의 문을 닫으면서까지 투쟁하는 건 환영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의협이 반대하는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 ‘원격의료 도입’ 등은 대형병원의 심화된 경영난을 개선할 수익 기반이 마련됐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득이 되므로 병협이 파업에 동참해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의협의 표면적 파업 명분은 ‘원격의료 반대’와 ‘의료 영리화 저지’라 하지만, 이면에는 ‘건강보험 수가 인상’이 본 목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동네 개원의의 반발이 거세 파업 의지가 강해 보이며, 현재 의협 회원 9만여명 중 2만9000명인 개원의사들이 의협에서 파업 결정을 주도한 상황이다.

실제 이들 중 1만5000여명의 의사들이 원격 진료가 허용되면 운영하는 병, 의원이 코너에 몰린다는 판단으로 오는 10일부터 집단휴진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 국내 대학·대형 병원은 ‘동네 병원의 지역 이기주의’ 라는 주변의 비난이 거세 개원의들이 실질적인 파업에 적극 동참할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더군다나 대학, 대형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등 월급 의사들은 병협 눈치를 보는 상황이어서 직접적 참여가 힘든점까지 포함하면 파업이 현실화 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파업에 대한 명분이 너무 약해졌다는 평가도 한 몫한다.

지난 1월 의사협회가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와의 협상 끝에 원격의료 법제화 등을 합의해 놓고도 투표를 통해 결과를 뒤엎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와 의협 대표는 '의료발전협의회'를 만들어 지난 1~2월 여섯 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2월18일 공동으로 협의결과를 발표했다. 

원격의료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만든 개정법안을 일단 국회에 제출한 뒤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먼저 하고 법안개정을 할지 아니면 법부터 바꾸고 시범사업을 진행할지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또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을 담은 투자활성화 대책의 경우 자법인이 본래 설립 취지와 달리 운영되거나 1차 의료기관(동네의원 등)과 병원 간 경쟁을 유발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만들기로 했으며, 건강보험수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산하 상대가치기획단에서 개선방안을 만들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이번 의협 결정과 관련,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복지부는 의사들의 집단휴진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집단휴진이 진행된다면 현행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의사협회의 이번 총파업은 '사업자단체가 구성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공정거래법 26조를 위반한 행위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공정거래법 위반시 처벌 수위는 파업 가담 정도에 따라 시정명령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특히 최대 2년이하 징역이나 1억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 수위가 높다. 

복지부는 또 대정부 투쟁을 위한 집단휴진인 만큼 정당성이 결여, 업무개시명령 발령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2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의료대란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에 대해 ‘진료공백’이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이날 권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사협회 총파업 결정으로 국민들의 진료차질 우려가 많은 것 같지만, 의사협회가 집단휴진을 강행해도 국민 불편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비상진료체계와 응급진료체계를 강화해 의원급 의료기관 휴진에 따른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한병원협회에서는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공식 선언했다. 전공의들 역시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 믿는다”며, “사실상 대형 및 중소병원과 전공의들은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당시 의사협회는 집단행동을 했지만, 그때도 의료계 내부 설문조사 결과 80% 이상이 파업에 찬성했음에도 세 차례 토요휴진 집단행동에 참가한 회원들은 30%였다"며, “제도개선은 의료계의 투쟁이 아닌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진전될 수 있다. 집단행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의사협회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의료발전협의회(이하 의발협) 협의결과는 무효화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권 정책관은 "의사협회가 의발협 협의결과를 부정하고 거부하는 것으로 볼 것인지는 집단행동을 하느냐 아니냐에 달렸다"면서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서만 제도개선이 이뤄진 여러 사례들을 보면서 의사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의협이 10일 집단휴진을 한다해도 1~2일의 짧은 기간에 그친 뒤 정부의 대응 태도를 지켜보며 단계적 수위 조절을 통해 결국 의사들 모두가 공감하는 ‘의료 수가 인상’ 내용을 정부와의 협상에서 강하게 요구할 것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