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점 밤12시→11시로 '생색내기' 논란이마트·홈플러스 "논의 안됐다" 반발
  • 롯데그룹과 민주당이 대형마트 영업 종료시간을 현재 오전 12시에서 1시간 앞당기기로 합의했다. 이는 소비자 편의를 침해한다는 지적과 함께 다른 대형마트와 사전협의 없이 '생색내기용 대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을지로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롯데그룹과 유통부문 전반에 대한 불합리한 관행과 불공정 행위를 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위원회는 발표문에서 롯데그룹의 공정거래 문화를 확립하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와 대·중소유통 간 상생을 위해 롯데마트의 영업시간을 밤 11시까지 1시간 단축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단 롯데마트의 영업시간 단축은 대형마트 3사를 포함한 회원 협의체를 통해 합의가 이뤄진뒤에 동시에 시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쟁 대형마트 관계자는 "롯데가 진정으로 영업시간 단축 의지가 있었다면 단독으로라도 먼저 영업시간을 줄였을 것"이라며 "'3사 합의'나 '협의체 구성'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롯데 스스로도 의지가 없다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은 영업시간 단축 동참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와 영업환경 등을 고려해서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홈플러스 측도 "쉽게 결정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체인스토업협회를 통해 업계 관계자들이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롯데그룹과 을지로위원회는 서민들이 생계를 위해 종사하는 화원, 열쇠, 도장 등 업종은 롯데마트 신규점에서 운영하지 않도록 했다.

초등학생용 공책과 크레파스 등 10개 문구 학습보조물은 재고 소진 후 판매 제한 품목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롯데와 민주당은 이번 합의가 중소 상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롯데 관계자는 "당초 민주당의 요구 사항은 '주 1회 휴무' 등 강도가 셌다. 그것을 완화하려다 보니 결국 영업시간을 줄이는 쪽으로 협상이 이뤄졌다"고 했다.

을지로위원회 측은 "영업시간을 밤 12시에서 11시로 당기면 그 시간에 문을 여는 골목 상권을 활성화시키고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노동권을 보호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가 한 시간 일찍 문을 닫아도 전통시장과 영세 상인이 이득을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부분 오후 11시 이전에 문을 닫기 때문이다.

김진국 컨슈머워치 대표(배재대 교수)는 "정치권이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표를 얻기 위해 대형마트 팔 비틀기에 나선 꼴"이라며 "소비자들의 불편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과 롯데그룹의 상생 협력은 처음부터 의도가 불순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국회는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해와 불공정거래에 대해 묻겠다’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인철 당시 이마트 대표,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롯데그룹이 상생협력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하면서 신 회장의 증인 채택이 취소됐다. 이런 배경에는 롯데 신동빈 회장의 국회 호출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을지로위원회가 ‘을’을 지키겠다면서 내놓은 롯데와의 석연찮은 상생협력방안이 새로운 형태의 ‘갑질’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대형마트와 대기업 등이 골목 상권까지 침투하다 보니 전통시장 영세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정으로 골목상권 보호를 원한다면 정부는 서민금융 확대 지원을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