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기조 따라 국책은행 활성화 나넜지만…시중은행 '제자리걸음'…"가치평가 어렵고, 거래 시장 없어"
  • ▲ 창조경제 육성방안의 하나로 IP 기반 금융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시중은행까지 확산되진 못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창조경제 육성방안의 하나로 IP 기반 금융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시중은행까지 확산되진 못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창조경제 육성방안의 하나로 IP(Intellectual Property : 지식재산권) 기반 금융이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까지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산업·수출입·기업은행 "IP 담보금융 우리가 주도"

KDB산업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농식품 분야 지식재산권(IP) 담보금융을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IP 담보금융 지원 대상은 신청일 현재 등록된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지식재산권 관련 매출이 있는 농식품 분야 중소·중견 기업이다. 

산업은행과 협약을 맺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해당 기업의 가치평가를 하면, 산업은행은 재단이 실시한 가치평가금액 이내에서 업체당 20억원 한도로 IP 담보금융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송문선 산업은행 부행장은 "업무협약을 통해 FTA 등으로 경쟁력 제고가 필요한 농식품 분야 지식재산권 역량강화 지원 시스템이 구축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IP담보금융 분야에서 명실상부 선두주자의 위치에 서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9월 지식재산권 중 특허권을 담보로 한 대출을 최초로 실시한 바 있다.

특허권 담보 대출의 경우, 한 기업당 대출한도는 20억원이다. 금리는 일반 담보대출과 동일한 선에서 각 기업의 신용등급과 담보 기술에 따라 결정된다. 지금까지 담보로 선정된 기술은 기능성섬유 원단, 타이어첨가제, 생체나이 측정기술, 스마트기기용 소프트웨어 기술 등이다. 조선·재료·화학공학 전공자로 구성된 기술평가부가 특허청, 한국발명진흥회 등 유관기관과 협력을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평가를 맡고 있다. 

현재 IP담보 대상은 특허권에 한정돼 있으나 산업은행은 올해 안으로 상표권도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외부 평가기관과 함께 가치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IP를 기반으로 한 신용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지식서비스산업팀을 신설하고 지난 8월 'IP수출자금' 제도를 도입해 지금까지 9개 기업에 총 742억원을 대출했다. 의류 브랜드 '이랜드월드' 상표권, 게임 판권, 드라마 저작권 등이 대상이 됐다.

기업은행은 내년부터 특허권과 실용신안권을 담보로 기업당 최대 10억원까지 대출하는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특허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 시중은행은 제자리걸음... 왜?

하지만 시중은행의 IP 기반 대출은 아직 제자리걸음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 기술평가 전담부서로 이공계 출신 인력으로 구성된 산업기술평가팀을 신설했지만 관련 상품 출시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나 형태가 정해지지 않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TF(태스크포스)팀을 결성해 IP 기반금융 도입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IP대출 보증부 상품을 내놓거나 별도 조직 마련을 검토 중이지만, 국책은행 만큼 적극적인 판매 활동을 하지도, 가시적인 효과를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대신 기술력과 지식재산권을 가진 기업에 대출금리를 우대하거나 한도를 늘려 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금융권은 IP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지식재산권과 같은 무형자산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이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자체 기술평가 시스템 구축은 단시일 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IP평가를 은행 독자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확충과 시스템 개발에 소요되는 자금이 필요한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수시로 바뀌거나 전문성이 결여된 내용이 일부 있어 섣불리 자금을 투입하지 못한 채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센티브 대책뿐 아니라 법안 손질 등 더욱 강제력 있는 명문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식재산권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지식재산권 평가 역량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중에 손실이 발생한다면 이를 회수할 수 있도록 IP를 사고파는 시장이 있어야 할텐데 지금처럼 IP 전문회사나 펀드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시중 은행이 참여할 유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