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전공의 전원 파업 참가, '서울대 병원도 동참'
의협 노 회장, "17일까지 타결 시 18일 총투표 거쳐 2차휴진 철회할 것"


지난 10일 1차 의료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오는 24일부터 6일간 이어지는 2차에 참여할 의사를 잇따라 밝혀, 환자 피해가 10일과는 차원이 달라질 전망이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0일 오후 6시 긴급 수석 전공의 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오는 24일 실시할 6일간의 대한의사협회 2차 총파업에 전공의 전원이 참여키로 의결했다.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일동은 “사전 준비 부족으로 지난 10일 투쟁에 함께 하지 못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며, “23일까지는 24일부터 있을 총파업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서울대병원 전공의까지 파업에 가세하기로 결정하면서 2차 파업이 상당한 힘을 받을 예정이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는 지난 11일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전체 전공의 1021명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944명(92.5%)의 전공의들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845표(89.5%), 반대 33표(3.5%), 기권 58%, 무표 8표(0.9%)로 의협의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투쟁’에 참여할 것을 결의했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 전공의 일동은 성명서를 통해 “의협의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투쟁의 대정부 요구사항인 ‘원격진료 입법 반대’, ‘의료영리화 정책 반대’, ‘건강보험제도개혁 및 의료제도 정상화’를 위한 요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 중앙병원인 서울대병원의 전공의로서 의과대학에서 배운 그대로 환자를 위한 ‘교과서적 진료’를 할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하지만 의료의 주권이 의사와 환자에게 일임되지 않은 현재의 의료체계 하에서는 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지금의 현실이 지속된다면 우리 전공의들은 바람직한 의사로의 성장도, 전문가로서의 자율성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일동은 “주 100시간 이상의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도, 현실에 대한 불평보다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먼저 생각하고 있는데, 정부는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면서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없는 비참한 현실을 바로 잡으려 하지 않고, 거짓된 정보로 국민을 호도하며 의료를 돈벌이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따라 결국 24일 의사파업에 참여하는 전공의 수는 10일 파업 때보다 훨씬 늘어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0일 파업에는 국내병원 전체 전공의 1만7000여명 중 약 42%인 7190명이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업 참여를 결의하는 전공의들이 늘어남에 따라 24~29일 의사파업 때에는 중대형 병원에서도 ‘수술지연’과 ‘진료 대기시간 증가’ 등 환자들의 불편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실제 심각한 의료대란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국민들의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비난을 의식한 의협의 노환규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17일까지 투쟁보다는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갖겠다”며, “의-정 합의가 이뤄지면 18일부터 의사 총투표를 진행해 2차 집단휴진을 철회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2차 파업을 예고한 24일까지 의협은 준법 투쟁을 진행키로 했으며, 11일부터 23일까지 주 5일 주 40시간 적정 근무를 진행한다. 여기서 사실상 적정 근무가 어려운 전공의들은 이 기간 동안 정부정책에 항의를 표하는 검은리본을 패용키로 했다. 

그러나 2차 파업이 실제 장기전으로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겨졌다. 일단 투쟁을 이끌 수 있는 투쟁체가 의협 내부에 있느냐도 변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의협은 비대위를 해체하고 투쟁체를 구성했지만, 현재 노환규 회장을 제외한 투쟁인원이 단 3명인데다, 지역의사회를 대표해 참여했던 김경수 부산시의사회장과 송후빈 충남도의사회장이 투쟁위원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결국 남은 투쟁위원이 방상혁 의협 기획이사, 정영기 병원의사협의회장, 송명제 전공의 비대위원장 등 3명 뿐이다. 

따라서 의협이 24일부터의 파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키 위해서는 새로운 투쟁체 마련이 시급하므로, 이들은 이달 말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대정부투쟁을 위한 비대위 구성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파업 철회 조건으로 ▲원격진료를 위한 의료법 개정 이전에 충분한 논의 ▲영리자법인 강행을 보류 및 전문가 의견 수렴 ▲건강보험제도 저수가 논의를 위한 협의체 구성이다. 기존 모든 사안을 무조건 철회하라고 주장했던 것 보다는 한 발 양보한 태도를 취했다. 

이어 노 회장은 “의사 총 투표를 진행하려면 17일까지는 의-정 합의가 이뤄져야하며, 응급실 필수 인력이 파업에 가담해 국민 피해가 커지는 상황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파업과 관련 민주당 의원들 역시 ‘휴진 자제’를 요청해 이들 마음을 누그러 뜨린 데 한 몫 했다는 것도 의료계의 평가다. 

지난 20일 민주당의 김용익, 김성주, 이목희, 이언주, 남윤인순, 은수미 의원은 의협회관을 방문해 “의협을 지지하나 휴진은 자제하길 바란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위를 구성해 의-정 대화를 하자”고 말했다. 

의협은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고자 대화를 제안한 민주당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집단 휴진 관련 기본 방침에 변화가 있으면 이 또한 회원투표로 회원들의 뜻을 물어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차 파업이 결국 독한 투쟁과 의료대란으로 이어질지, 의-정 간의 아름다운 협의로 마무리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