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참사후 첫 주말, 백화점매출 5% 이상 줄고영화관객은 30% 뚝…선박여행업계는 얼어붙어생필품 파는 대형마트는 "영향 미미"


여객선 침몰사고 희생자 애도 분위기 속에 주말을 맞은 유통가는 대체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백화점·홈쇼핑 주말 매출(4월19~20일)은 전주 대비(4월12~13일)해 대부분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말 화창한 날씨 속에 봄 정기 세일이 진행됐음에도 세일 첫 주말 실적과는 달리 고객들이 발길이 조금씩 줄어들며 매출에 활기를 띠지 못했다.

롯데백화점의 주말 매출은 전주 보다 5% 이상 떨어졌고, 갤러리아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거의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정돼 있던 일부 판촉홍보행사가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인해 취소·축소되면서 매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봄 세일 기간 전체 매출이 전년동기에 비해 8.0%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봄 세일 기간 전체매출은 4분의 1수준인 2.1% 에 그쳐 크게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화려한 홈쇼핑업계도 한층 차분해지면서 매출 감소를 이끌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홈쇼핑 매출 동향을 살펴보면 GS샵(10%)·CJ오쇼핑(20%)·현대홈쇼핑(1.5%)·NS홈쇼핑(5.5%)·홈앤쇼핑(15%) 등 매출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애도 분위기를 감안한 홈쇼핑 업체들의 각별한 신경이 매출 감소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GS샵은 국민 정서를 고려해 최대한 상품설명 위주로 방송을 진행하며 방송 전반을 최대한 차분한 분위기로 운영하고 있다. GS샵 측은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켜 유가족과 국민에게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 유가족과 국민에게 여행상품 방송, 여행가방 등을 취소하며 편성을 변경했다"고 전했다.

현대홈쇼핑은 주말로 예정됐던 여행상품 방송을 취소했다. 또 사고가 수습될 때까지 당분간 화려하거나 시끄러운 상품방송을 아예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

CJ오쇼핑도 지난 18일과 19일 심야에 편성했던 해외여행 상품 등 모든 여행관련 상품 판매 방송을 취소했다. 대신 기존에 송출했던 일반상품 판매 방송을 재방송으로 편성해 내보냈다. 또 희생자 애도 차원에서 쇼호스트 및 출연자들의 복장과 발언·배경음악·컴퓨터그래픽(CG) 등이 지나치게 현란하거나 밝게 연출되지 않도록 자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민감한 유통업계 또한 어두운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전했다.  

진도 여객선 참사로 극장가 마저 숙연한 분위기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8일(금요일)부터 20일(일요일)까지 극장을 찾은 총 관객수는 102만여명으로 나타났다. 143만여명에 육박했던 지난 주말 총관객수에 비해 30% 가량 감소한 수치다.

4월은 봄나들이 등 야외 활동이 많고 중간고사가 있는 시기로 극장가 비수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업계는 그렇다고 해서 한 주만에 30%까지 관객수가 떨어지진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세월호 침몰사태의 영향이 극장가 표심을 얼려버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대형마트는 진도 여객선 참사의 영향을 빗겨간 것으로 보인다. 21일 이마트는 지난 주말(19~20일) 매출이 4월 첫째 주말(5~6일) 대비 1.7%의 소폭 신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토요일만 비교했을 때 0.4%의 미미한 하락세를 보였으나, 이마트 측은 이번 사고의 영향은 아닐 것이라는 반응이다.

롯데마트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마트는 지난 16일까지 창립행사기간으로 1년 중 가장 매출이 높은 기간이었다. 이에 지난 일주일(14~20일)의 매출이 4월 첫째주(3월31일~4월16일)에 비해 소폭 하락했으나 '사고의 영향'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롯데마트 측은 "창립행사는 1년 중 가장 큰 할인 행사기간으로 기간이 지나면 매출이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기간이 온다"면서 "이번 사고의 영향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트는 생필품을 파는 공간으로 백화점 등의 시장과는 성격이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여행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남 진도 바다에서 일어난 여객선 침몰 참사로 선박 여행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것이다.

    18일 여행 업계에 따르면 인천 A여행사는 백령도 여행 상품에 사고가 일어난 16일부터 청해진해운의 선박 대신 다른 쾌속선을 투입했다.

    A여행사 관계자는 "여행객의 안전 우려가 커지는 데 따라 백령도 상품에 청해진해운의 선박 운행을 취소했다"면서 "다른 선사의 대형 쾌속선을 긴급 섭외해 여행 상품을 다시 짜고 있다"고 했다.

    서울 B여행사도 16일부터 청해진해운 선박을 이용한 여행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기존 예약 고객에게는 개별적으로 일정 변경 혹은 취소 방안, 대체 여행지등을 안내하고 있다.

    국내 섬 여행은 연안 여객선을 이용해 섬에 도착해 1∼2일 머물고 돌아오는 코스가 많다.  봄철인 4∼5월 성수기를 맞는다. 섬 여행 인구는 2013년 1천178만 명에서 매년 7.6%씩 성장해 2017년 1천58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모두투어는 17일 하루동안 울릉도행 50여명과 홍도행 40여명 등 모두 90여명의 선박여행 예약객들이 여행 일정을 취소했다. 이는 전체 예약자 대비 각각 1.6%, 8%를 취소한 비율에 해당한다. 모두투어는 관광주간 임에도 향후 선박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나투어 여행사도 선박여행의 취소를 문의하는 전화가 잇따랐다고 한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울릉도, 백령도, 홍도행 선박여행에 대한 취소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사고 처리 과정을 지켜보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전국민이 슬픔에 잠기면서 골프장 예약이 잇따라 취소되는 등 애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20일 충북 청원지역 골프장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골프장 예약 취소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청원군 낭성면에 위치한 골드나인컨트리클럽 골프장은 40팀 중 7∼8팀이 예약을 취소했다.
     
    미원면 이븐데일 골프장의 예약 취소 비율은 15% 정도다. 옥산면 떼제베CC 골프장은 한 달에 1건 있었던 단체 예약팀이 해약했다.

    하루 42팀을 받을 수 있는 17전투비행단은 군 공무원 예약을 모두 자동 취소했다. 이를 이어 받은 민간인들도 잇따라 예약을 취소했다. 주말인 19일 4팀, 20일 7개팀이 골프를 포기했다.
     
    집계를 내지 않았지만 다른 골프장도 예약 취소 문의가 들어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범국민적인 애도 물결이 이어져 골프 치기가 부담스럽다는 분석이다.
     
    C골프장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이후 예약 취소 문의 전화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다른 골프장도 해약 손님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아무래도 안타깝게 죽은 세월호 사망자들을 위한 추모 열기가 끊이지 않아 골프치기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삼삼오오 모여 탄식을 쏟아냈다. 발길이 뚝 끊어진 가게를 비워 둘수만은 없어 나왔지만 주민들의 마음은 온통 섬 끝자락에 있는 사고현장에 가 있다.

    평소 주민들이 자주 찾는 진도읍 버스터미널은 주민보다 외지인으로 붐볐다. 밀려드는 자원봉사자의 발길 때문이다. 터미널에서 만난 김병중 씨는 "중국에서 서울 출장을 왔다가 비극 소식을 듣고 자원봉사를 위해 발길을 돌렸다"며 "해외 매체에 정확한 상황을 알릴 통역을 해야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역의 분위기는 무거웠지만 기적의 생존 소식을 기원하는 희망의 마음은 진도로 모아지고 있다. 진도지역 택배 회사에는 전국에서 보낸 수많은 후원물품이 속속 전달되고,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