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오송-내포신도시...'동병상련'
  • ▲ 정부 세종청사ⓒ제공=행복도시청
    ▲ 정부 세종청사ⓒ제공=행복도시청

  • ▲ 세종청사 셔틀버스 주차장ⓒ뉴데일리 DB
    ▲ 세종청사 셔틀버스 주차장ⓒ뉴데일리 DB

     

    예산과 국감시즌이 다가오면서 세종시의 비효율성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한햇동안 출장비용과 출퇴근용 셔틀버스 임대비용으로 사용하는 돈이 최소 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토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할 경우 하루 평균 1억원이 넘는 돈이 고스란히 길바닥에 뿌려지는 셈이다.


    지난 2012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정부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1단계 5500명, 2단계 4800명 등 1만명을 넘는다.

     

    여기에 올해말 완공되는 3단계에도 국세청과 법제처 등 4개부처 2600여명이 새로 내려올 예정으로 이들까지 합칠 경우 세종청사 공무원 수는 1만3000명에 달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통근버스를 타고 주중 수도권을 왕래하는 공무원이 3300명을 넘는다. 비수도권 노선을 합치면 하루 평균 6000여명이나 된다.

     

    매일 이들을 실어나르는 버스만 170여대로 좀체 그 숫자가 줄지 않는다.

     

    올해 세워놓은 예산 100억원은 이미 지난달 모두 소진됐다. 추가 예산편성이 불가피한 실정으로 연말에는 버스 임차비용만 15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보다못한 정부가 나서 이달 28일부터 통근버스를 67~92대(월요일 92대, 화~목 67대, 금요일 81대)로 감축할 예정이지만 공무원들은 이사 보다는 개인차량 등의 대체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KTX와 고속버스, 개인차량을 이용하는 숫자만 더 늘어날 전망이다.

     

    매일 2~3시간씩을 거리에서 소진하면서까지 장거리 출·퇴근을 해야 하는 당사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맞벌이나 자녀 교육문제 등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 ▲ 셔틀버스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뉴데일리 DB
    ▲ 셔틀버스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뉴데일리 DB


    식품의약처와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 들어선 오송보건의료단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매일 수백명이 셔틀버스 등을 타고 수도권과 오송을 왕래하고 있다. 충남도청이 대전에서 내포신도시로 이전 한 뒤 대전에 거주하는 상당수 공무원들이 대전과 내포신도시를 출·퇴근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충남도는 10여대의 통근버스를 매일 운행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150km가 넘는 고행스런 서울 출장길이다.

     

    공무원들은 1년 내내 국회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한다. 매번 국회의 호출을 받고 여의도 국회까지 1주일 2~3번씩 들락거린다.

     

    국ㆍ과장은 국회로 출장을 나가 있고 세종시에 남아 있는 서기관과 사무관은 담당 국ㆍ과장과 전화로, 메일로, 팩스로 일을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장ㆍ차관이 국회를 찾아야 하는 일은 1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

     

    임시국회와 정기국회는 기본이고 상임위원회 업무보고, 법안심사, 전체회의, 법안심사소위ㆍ전체회의, 본회의, 예산안 예비심사ㆍ결산 등으로 국회를 찾다보면 세종청사에 머물며 업무를 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장관이 국회를 찾을 때면 차관이나 실, 국장은 물론이고 사무관들까지도 동행한다.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국무조정실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세종청사에 입주한 13개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올들어 6월말까지 지출한 출장비용은 총 75억6926만원이었다.

     

    이 중 대부분은 서울과 과천 청사, 국회 등을 오가는 데 지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여기에는 행복도시건설청과 KDI 등 공공기관, 지방 곳곳에 이주한 혁신도시 입주 기관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들 기관을 모두 합칠 경우 올 1년간 출장비용은 160억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장거리 출장에 따른 행정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청사만 23곳에 화상회의실을 마련했으나 이용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해당 기간 세종과 과천청사 간 화상회의 실적은 전혀 없었고 서울청사에 대해서만 기관 당 월 평균 0.8회의 화상회의가 열린 것으로 나타났다.

     

    잦은 서울출장으로 부서 내 대면기회가 줄고 서류만으로 업무를 확인하면서 체계적인 업무처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소통·정보 교환 기회가 줄어 부서결속이 어렵고 장기적인 회의나 숙고가 필요한 사안들이 뒤로 밀리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 ▲ 국회에서 대기중인 공무원들ⓒ뉴데일리 DB
    ▲ 국회에서 대기중인 공무원들ⓒ뉴데일리 DB

     

    이런 사정을 감안해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홍원 국무총리가 이번 국감때부터 세종청사의 상임위 회의실을 적극 활용하고 국회와 세종청사간 화상회의도 자주 열자고 합의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든다.

     

    최경환 부총리도 직원들의 고충을 고려해 대면보고를 3분의 1로 줄이고 국회에서 열리는 회의도 주요 간부만 출석토록 지시했지만 시큰둥한 반응들이다.

     

    부총리가 취임하자마자 매주 열리던 확대 간부회의를 월 2회로 줄이겠다고 해서 직원들이 환호했지만 며칠 뒤 회의는 안 해도 자료는 만들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도 했다.


    길 위에서 울상짓기는 민원인과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지방이주 공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주무부처 수시 집합에 꼬박 하루를 허비해가며 세종시를 찾는다.

     

    왕복 5~6시간이 걸려 세종시를 찾지만 면담과 회의시간은 고작 한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그나마 담당 공무원이 자리에 있어야만 가능한 얘기다.

     

    세종청사를 찾는 민원인들은 일단 담당 공무원과의 약속을 잡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회의, 출장, 보고 등의 우선 순위에 밀려 헛걸음하기 일쑤다.

     

    이전 3년차가 넘는 세종시가 아직도 비효율에 발목 잡혀 신음하고 있다.

     

  • ▲ KTX와 고속버스, 자가용으로 출퇴근 하는 공무원도 1천명이 넘는다ⓒ뉴데일리 DB
    ▲ KTX와 고속버스, 자가용으로 출퇴근 하는 공무원도 1천명이 넘는다ⓒ뉴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