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발주 급감에 경험부족으로 대규모 충당금까지
틈새시장 LNG선 발주 늘며 최악 위기 넘겨
  • ▲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모스형 LNG선ⓒ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모스형 LNG선ⓒ현대중공업



    국내 조선업계가 올 한해 해양플랜트에 울고, LNG(액화천연가스)선에 미소 지었다. 해양플랜트는 일반 상선대비 훨씬 더 큰 수주액을 조선사에 안겨다준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다수의 해양플랜트 공사를 따내며,  수주목표 초과달성에 달성했다.

    그러나 올 들어 유가급락 등으로 전 세계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감한데다, 과거 수주했던 해양 설비 건조과정에서도 경험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충당금만 조 단위를 넘어섰다. 조선업계의 미래먹거리로 부상했던 해양플랜트의 예상치 못한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 자연스레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목표달성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반면 LNG선이 조선업계의 틈새시장으로 급부상했다. 북미지역의 셰일가스는 물론 러시아의 야말프로젝트 등 대형가스유전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며 LNG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LNG선 건조의 경우 화물창 건조 등 다방면에 있어 다른 상선들 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일본, 중국 등 업체들이 국내 조선사들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지만, LNG선 건조에서 만큼은 아직까지 국내 조선사들과 큰 격차를 보인다는 평가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계약만으로 올해 수주목표의 약 70%를 매꿨다.

    ◇발주도 줄고, 있는 것도 말썽…해양플랜트에 '눈물'

    올 들어 국내 조선업계에 가장 아프게 작용한 사실은 해양플랜트 발주가 최근 수년대비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영국의 조선·해운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 발주된 해양설비는 총 683기에 달했는데, 그 숫자가 올 11월까지 393기에 그쳤다. 발주금액으로 환산하면 670억 달러 규모에서 310억 달러로 절반 이상 쪼그라든 것.

    한국만 놓고 봐도 지난해 32기 수주에서 올해 14기로 반토막 났다. 액수로는 19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감소했다. 국내조선업계가 지난 2011년과 2012년 각각 240억 달러(59기), 220억 달러(43기)를 해양플랜트 수주로 벌어들인 것을 감안하면 시장 상황이 어느 정도로 심각히 악화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기존 수주했었던 해양 설비들도 말썽이다.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 조선·해양·플랜트 등 대형공사의 공정지연 및 비용증가로 약 500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쏟아 부었다. 환율하락 등 악재가 겹치며 2분기에만 총 1조1037억원의 대형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에도 부진은 계속됐다. 반잠수식 시추선과 5만t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등 건조 경험이 부족한 특수선박에 대한 작업일수 증가로 공사손실충당금이 또 4642억원 가량 쌓였다. 뿐만 아니라 중동지역의 대형 화력발전사 공사에서도 5922억원의 충당금을 반영, 총 1조9346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2, 3분기를 합하면 누적 영업적자만 3조원이 넘는 셈이다.

    삼성중공업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12년 수주한 호주 익시스 해양가스처리설비(Ichthys CPF)와 나이지리아 에지나 부유식 원유저장생산하역설비(Egina FPSO)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예상됨에 따라 지난 1분기 약 500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한 바 있다.

    ◇틈새시장 LNG선 호조에 최악 상황은 넘겨

    반면 LNG선이 업계 틈새시장으로 급부상하며, 최악의 위기는 넘겼다는 평가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LNG선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총 350만CGT(수정환산톤수)가 발주됐는데, 올 11월까지 430만CGT로 그 양이 늘었다. 전체 선종 기준 발주가 한 해 동안 6040만CGT에서 3590만CGT로 크게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야말프로젝트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발주되는 LNG선 수주를 통해 수년치 일감을 확보해가는 중이다.

    야말프로젝트는 러시아 가스회사인 노바텍, 프랑스 토탈, 중국 CNPC 등 3사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베리아 서쪽 야말반도에 위치한 천연가스전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들은 개발을 통해 총 1650만t의 LNG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총 15척의 쇄빙LNG선이 발주됐는데,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전체 선박에 대한 선표예약계약을 따낸 바 있다. 현재 10척에 대한 본 계약을 마쳤고, 나머지 5척도 이달 안으로 수주를 확정지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은 LNG선에만 올해 총 28척, 69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올 수주목표인 145억 달러의 절반가까이를 LNG선으로만 메운 셈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올 들어 각각 6척, 5척의 LNG선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 셰일가스 수출 등 글로벌 LNG 물동량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2015년에도 글로벌 LNG선은 50척 이상 발주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형 3사는 40척(80억달러) 이상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