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계별책과 충민공계초는 달라… 경찰 주장 조목조목 반박
  • 장물인 '장계별책' 구입 의혹을 받아온 국립해양박물관이 역공에 나섰다ⓒ제공=해양박물관
    ▲ 장물인 '장계별책' 구입 의혹을 받아온 국립해양박물관이 역공에 나섰다ⓒ제공=해양박물관

     

    장물로 떠돌던 충무공의 '장계별책'을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이 역공에 나섰다.

    국립해양박물관은 17일 이순신 장군 후손인 덕수 이씨 종가에서 분실했다고 주장한 '장계별책'과 해양박물관이 공개구입 절차를 통해 보유한 '충민공계초'가 다른 책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전경찰청은 지난 13일, 분실된 '장계별책'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두 책이 같은 것이라며 문화재매매업자 김모씨 등 4명과 이를 최종 구입한 국립해양박물관 학예사 백모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현충사 등의 자문을 구해 장계별책과 충민공계초가 동일한 책이라고 단정했다.

    1928년 일본강점기 유리원판으로 촬영한 사진과 대조한 결과, 서체는 물론 가필 부분, 그리고 얼룩까지 '충민공계초'와 같다고 결론내렸다. 또 "일본강점기 난중일기와 임진장초를 활자화한 조선사편수회의 임진장초 해제에 장계별책에 몇 편의 장계가 수록돼 있다는 내용은 없으나 '장계별책에서 임진장초와 중복되지 않는 부분을 골라 12편을 수록한다'는 내용이 있음을 볼 때 장계별책에는 12편 이상 여러 편의 장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대전경찰청은 지난 13일 장계별곡 등 이충무공 관련 도난 문화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제공=대전경찰청
    ▲ 대전경찰청은 지난 13일 장계별곡 등 이충무공 관련 도난 문화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제공=대전경찰청

     

    하지만 박물관 측은 유리원판 사진에서 보이는 책이 분실한 '장계별책'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사 DB' 사진에서 유리원판 속의 책을 '이순신 계초'라고 표현한 국사편찬위원회의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장계별책은 장계 12편과 일기 1편이 수록돼 있다고 알려졌지만, 충민공계초는 장계 68편과 백사 이항복(1556∼1618년)이 이순신에 관해 쓴 '이통제비명'(李統制碑銘)과 '고통제사이공유사'(故統制使李公遺事), 동시대 문신 박승종의 글 '충민사기'(忠愍祠記)가 함께 실려 있어 완전히 다른 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계별책이 장계 12편과 일기 1편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은 이충무공 전서를 국역한 이은상 선생과 '임진장초'를 국역한 조성도씨가 저서와 인터뷰 등에서 비롯됐다. 경찰은 이은상, 조성도씨가 장계 12편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 이은상 선생이나 조성도씨가 장계별책을 실제로 확인하지 않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 국립 해양박물관에 전시중이던 충민공계초ⓒ제공=해양박물관
    ▲ 국립 해양박물관에 전시중이던 충민공계초ⓒ제공=해양박물관



    반면 박물관 측은 "이은상의 1968년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 기사에 보면 장계 12편과 일기 1편이 수록된 장계초고만 언급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애매한 추측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립해양박물관은 "경찰이 불과 3개월 남짓한 수사에서 두 책이 동일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성급한 판단으로 보인다"며 "두 책이 동일한 책인지, 아니면 다른 책인지는 학계의 신중한 검토와 충분한 논의,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됐다. 재판 과정에서 '충민공계초'와 분실한 '장계별책'이 같은 책인지를 놓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난중일기와 더불어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상황을 기록해 놓은 '장계별책'(표지명 충민공계초·忠愍公啓草)은 이순신 장군이 선조와 광해군에게 올린 상황보고서 68편을 모아 1662년 필사된 책으로 전라좌수사로 일한 선조 25년(1592년) 4월 15일부터 선조 27년(1594년) 4월 20일까지 전황보고서들이 작성돼 있다.

    이 책은 덕수 이씨 15대 종부 최모집에서 보관해 왔으나 지난 2007년 집안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김모씨 장계별책 등 고서적 112권을 빼돌려 2011년 6월 고물수집업자 조모(67)씨에게 300만원에 팔아넘겼다. 국립해양박물관은 이 책을 문화재 매매업자 김씨 등을 통해 2013년 4월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구입했다"고 밝혔다.

    장물 논란에 소유권 다툼까지 불거지고 있는 장계별책은 현재 해양박물관으로부터 이 책을 넘겨받은 문화재청이 보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