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에 골프·스포츠 브랜드로 전환··· '생존방식'"대기업도 장사 안 돼"···신세계인터내셔널 '살로몬' 철수
  • ▲ 아웃도어브랜드 K2가 전개하는 와이드앵글. ⓒ와이드앵글
    ▲ 아웃도어브랜드 K2가 전개하는 와이드앵글. ⓒ와이드앵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아웃도어 시장은 경기 침체와 포화된 시장에서의 지나친 경쟁, 춥지 않은 겨울 날씨 등이 겹치면서 극심한 매출 부진을 겪었다.

    한때 등골브레이커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아웃도어 시장은 어느덧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너도나도 하나둘씩 손을 떼는 분위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따르면 아웃도어 시장은 지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해마다 25~36% 성장률을 기록하며 7조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그러다가 2013년을 기점으로 매출 증가율은 10%대로 감소했고, 급기야 지난해는 한자릿수 성장률(9.4%)에 그쳤다. 올해에는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아웃도어 '칼바람'··· 휠라 이어 신세계도 줄줄이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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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부수, 골프·스포츠웨어"
    장기불황에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보온성이 강화된 패딩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크게 줄었다. 또 아웃도어 외 수많은 패션브랜드들이 아웃도어 제품을 출시해 가격 경쟁도 심해졌다. 게다가 지난해 세월호 사고에 이어 올해 메르스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내수 경기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매출 상승폭이 적고 성장가능성이 낮아짐에 따라 유통가에서도 아웃도어 판매는 줄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올해 11월 들어 롯데백화점의 아웃도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3% 줄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아웃도어 매출이 9.1% 하락했고, 현대백화점 역시 전년보다 2.7%로 떨어졌다.

    노스페이스를 비롯한 상위 매출 (블랙야크·K2·네파·코오롱스포츠) 브랜드들은 프로모션을 통해 시즌 초반부터 신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등 대대적인 판촉 활성화가 이뤄졌고,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물론 길거리에서 유명브랜드의 아웃도어 폭탄세일 현수막을 찾는 일도 어렵지 않아졌다. 

    급기야 아웃도어 사업을 접는 일부 의류업체들도 속출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13년부터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사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모델 이진욱 등을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지만 정체에 빠진 아웃도어 시장을 돌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전체 영업이익 규모는 한 해 200억 원 수준인데 살로몬 사업으로 연간 1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앞서 지난 9월에는 금강제화와 휠라코리아가 아웃도어 사업을 중단했다. 휠라는 최근 정구호 디자이너를 부사장으로 영입해 브랜드 변신을 꾀하면서 실적이 떨어지는 아웃도어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금강제화는 5년 동안 전개했던 노르웨이 아웃도어 브랜드 헨리한센의 국내 판권 연장 계약을 포기했다.

    국내 패션 대기업브랜드들도 크게 고전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패션그룹 형지는 실적 악화의 원인인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케이프'와 '와일드로즈'의 아웃도어 제품 비중을 30%대까지 낮췄다. 삼성물산의 빈폴아웃도어 역시 기대에 못 미치며 정체에 빠졌다.

    이에 관련 업체들은 골프웨어나 스포츠웨어로 브랜드 정체성을 변신하는 등 각자의 생존방식을 모색하고 나섰다. 골프나 운동을 즐기는 연령대가 확산되면서 골프·스포츠웨어 트렌드가 라이프스타일웨어로 진화해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론칭을 시작한 신규 골프웨어 브랜드들은 1년도 안돼 매장수가 100개를 돌파하는 등 고속성장하고 있다.

    K2는 지난해 9월 골프웨어 와이드앵글을 론칭해 6개월 만에 매출 140억 원을 돌파했다. 올 상반기에는 250억 원을 달성한 상태로 연간 매출목표 400억 원 돌파도 무난할 전망이다. 2016년엔 매출 1100억 원을 목표로 할 정도로 급성장세다.

    형지가 지난 3월 론칭한 프랑스 골프웨어 까스텔바작은 8개월만에 100호점을 돌파하며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랑스의 젊은 패션 감각을 내세워 3040 골프족을 공략중이다.

    중장년층이 골프웨어로 이동 중이라면 2030 젊은 소비자들은 애슬레저(athleisure)로 패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운동복을 제대로 갖추고 이를 즐기는 젊은 층 '애슬레저족'이 증가하면서 아웃도어와 스포츠브랜드들은 새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브랜드 재정비를 하는 등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밀레를 전개하는 밀레에델바이스홀딩스는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 '엠리밋'을 내년부터 2535세대를 위한 스포츠 브랜드로 재론칭한다. 또 90년대 국내 스포츠패션계를 이끌었던 이탈리아 스포츠브랜드 엘레쎄는 내년 춘하시즌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아웃도어 관계자는 "올해 특히 골프웨어를 전개한 업체들이 시들한 아웃도어 시장을 대체 시장으로 급부상시키며 선전했다"며 "포화상태에 이른 아웃도어 업계가 새 먹잇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기능성을 중시하는 점이 흡사한 골프·스포츠웨어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아웃도어 업체 간의 매출 실적이 분명해지면서 정통성에서 뒤쳐지는 업체들은 자연스레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