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대신 감성 팝니다"… 최신 IT기술에 예술 접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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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기술에 감성을 입히는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애플의 안방 미국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세계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 뉴욕 맨하튼. 언제나 활력이 넘쳐나는 이곳에 삼성전자의 마케팅센터 '삼성 837'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 837은 최신 IT기술을 예술과 접목한 이른바 '문화 놀이터'다. 삼성전자가 미국의 심장 뉴욕에서 감성 마케팅을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올해 초 문을 연 지상 6층, 1600평 규모의 건물은 패션과 기술, 요리, 음악, 스포츠, 웰빙, 예술, 엔터테인먼트 등 모두 8개 분야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갖췄다.

    이곳은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장소가 아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한데 모아 만든 복합 문화 시설이다.

    예를 들어, 건물 1층에서 삼성전자의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VR'을 쓰고 신나게 롤러코스터를 탄 뒤, 3층으로 올라가 달콤한 빵과 시원한 음료로 배를 채울 수 있다.

    친구들과 커피숍에 온 듯 시간을 보내며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최신 IT기기들을 이리저리 만져볼 수도 있다.

    잠시 몸을 뉘우고 눈을 부칠 수 있는 달걀 모양의 1인용 캡슐도 군데군데 놓여있다. 운치 있는 야외테라스에는 온 가족이 모여 수다를 떨 수 있는 소파와 테이블이 자리 잡고 있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최첨단 IT기술력을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건물 내부 한복판에는 96개 초대형 디스플레이를 모아 만든 3층 높이의 전자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고객이 찍은 셀피(휴대폰을 이용해 스스로 찍은 사진)를 모자이크 영상으로 보여준다.

    주말에는 무료 영화 상영과 음악 공연 등의 문화 체험장으로 활용된다.

    수백여개에 달하는 디스플레이들이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바닥과 벽면에 300개의 모니터와 태블릿PC, 스마트폰 스크린이 부착된 터널이 있는데, 인스타그램 속 사진을 올리면 전체 화면에 곧바로 나타난다.

    벌써 뉴요커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센터는 개장 4개월 만에 15만명이 넘는 방문객을 유치했다. 최근에는 평일에 하루 1000명 이상, 주말은 2000~3000명까지 찾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곳을 신제품 홍보 장소가 아닌 디지털 문화를 선도하는 중심지로 키울 방침이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제품을 아예 판매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물건을 팔게 되면 아무래도 고객이 불편할 수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삼성의 제품과 문화를 느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삼성의 이 같은 시도는 최대 라이벌 애플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 물건을 팔지 않는 대신 애플 팬층을 삼성으로 가져오겠다는 의도가 깔렸있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 837에서는 스마트폰 수리도 진행하고 있는데, 관련 조건이 애플보다 월등히 좋다.

    삼성의 경우, 스마트폰 보증 기간 이후 고장이나 파손이 생겨도 12개월 내 2번까지 수리 내지 교환을 해준다. 1회 수리비는 50불이다.

    애플은 1년 동안 단 1차례만 수리가 가능하고, 비용은 60불이다. 특히 삼성은 보상 프로그램이 최대 1년에 머무는 애플과 달리 2년간 지원을 이어간다.

    다만 아직은 규모의 경제 차원에서 애플이 삼성을 앞서는 상황이다. 미국 내 애플스토어 숫자는 300여곳에 달하지만, 삼성의 마케팅센터는 6곳에 그친다.

    삼성전자는 마케팅센터를 계속 늘려나가며 애플을 압박할 방침이다.

    한편, 삼성 837이라는 이름은 미국 현지 지번을 그대로 따와 지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