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가 2016년 한국언론학회 희관언론상(저술부문)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한국 현대문화의 형성’(나남출판)이다. 이 책은 1920년대부터 2010년까지 세대, 젠더, 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한국 현대문화가 어떻게 형성되어왔는가를 분석했다. 

일제치하 모던세대에서 나꼼수 열풍까지 한국의 현대문화를 시대별로 예리하게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창윤 교수는 1963년 대전 출생으로, 한양대 및 동대학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글래스고 대학원에서 Film & TV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유엔환경계획(UNEP) 이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어특별위원을 맡고 있다.

<한국현대문화의 형성> 
1920년대 ‘모던세대’ 문화에서 2011년 ‘나꼼수’ 열풍까지.. 한국의 문화현상을 파헤치다

이 책은 1920년대부터 시대마다 특징적인 문화현상을 중심으로 한국 근ㆍ현대 문화의 형성과정과 변화상을 분석했다. 

1920년대 경성을 누빈 ‘모던걸’의 스타일과 그들을 둘러싼 갑론을박, 해방 직후 ‘사바사바’, ‘얌생이’, ‘가짜 무궁화’ 등의 유행어가 성행한 세태를 비롯하여, 1950년대 댄스홀 풍경은 출입시간, 입장료, 안주와 비밀적인 관습까지 묘사된다. 

1960년대 라디오 수기드라마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오늘날 막장드라마에 버금가고, 싸이월드,〈나는 가수다〉,《아프니까 청춘이다》등 동시대를 살며 경험한 문화현상의 내밀한 속살을 살피는 부분에서는 반가움과 짠한 감정마저 일어난다. 

시대를 풍미한 문화적 현상들은 신문과 잡지의 기사, 소설, 영화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그 모습과 의미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본문 사이사이 삽입된 사진들 또한 당대를 엿보는 재미의 포인트다.

주목할 점은 특정 문화형식을 바라보는 당대의 지배적 시각이다.

그 사람 촬스톤을 곳잘 추던걸?…이 흔들기 좋아하는 남녀들은 1931년에는 집도 잘 흔들리는 용수철 우헤 짓고 용수철로 가구를 만들고서 촬스톤 바람에 흔들다가 시들 모양…이들의 눈에는 굼주린 헐벗고 떠는 사람이 보일 때도 촬스톤을 추는 것으로만 알게로군.

댄스열풍을 비판하는 위 예문 등, 본문에는 당대의 지배세력과 기층 민중의 욕망이 대립하는 풍경이 뚜렷하게 펼쳐진다. 기성세대 문화와 신세대 문화가, 가부장제와 여성이, 독재정권과 학생들이 충돌하는 식이다.

이는 저자가 문화 연구의 기본 태도에 충실한 것과 관련이 깊다. 영국의 문화이론가 레이먼드 윌리엄스가 “문화는 일상적이다”라고 천명한 이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이 문화 연구의 중요한 주제로 부상했다. 

이후 거듭된 연구로 민중, 노동자, 시민, 소비자가 소외된 피지배층에서 역사의 주인공으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한국 근ㆍ현대사회의 기저를 이루던 보통 사람들은 이 책에서 그 의미를 인정받는 역사의 주체로 재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