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전기차 위기… 지구온난화 올가미 풀려난 화석연료 사용증가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구글이미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구글이미지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9일 당선됐다. 그의 당선은 에너지업계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태양광과 바람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이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화석연료 사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태양광과 풍력 등 비경제적인 에너지원을 꾸준히 비판한 미국 공화당 지도자다. 그는 탄소 배출로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민주당 정부의 터무늬 없는 주장이 만들어낸 규제가 유지하는 태양광과 풍력 보다는 저렴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저술한 책 '불구가 된 미국'에서 "재생 에너지원을 통해 소위 녹색 에너지라는 대안적인 형태의 에너지를 개발하려는 대대적인 시도가 있었다"며 "재생 에너지를 향한 모든 노력은 잘못된 동기, 기후 변화가 탄소 배출 때문이라는 잘못된 믿음에 이끌렸다"고 말한 바 있다. 또 트럼프는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는 환경주의자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만들기 위해 큰 비용을 들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기후 변화가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탄소 배출로 인해 기후가 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미국 석탄, 정유, 석유화학 업계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인식한 에너지업계는 변화에 적응하려는 움직임을 이미 보였었다. 2008년부터 민주당 정권 아래에서 만들어진 탄소 배출권 거래제로 소비가 위축됐던 석탄이 최근 3개월간 꾸준히 가격 상승을 한 이유가 트럼프 당선에 대한 대비였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트럼프 역시 화석연료 사용량 증가에 따라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자신의 공략에 제시했다. 미국 셰일가스(shale gas) 개발 확대와 캐나다 오일샌드(oil sands) 수입 확대 등을 유가 상승 대비책으로 내걸고 있는 트럼프다. 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주도하고 있는 원유(crude oil) 가격 선정에 대해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는 카드로 셰일가스와 오일샌드를 활용할 계획이다.

    트럼프의 이러한 정책은 국내 에너지업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유로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정유사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원유 수입을 통해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 등의 기업들에게는 트럼프의 당선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태양광 사업을 벌였던 한화큐셀과 OCI 등에게는 트럼프 당선이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뜨거운 이슈가 됐던 전기자동차 또한 트럼프 정부에서는 별다른 재미를 볼 수 없는 사업 포트폴리오(portfolio)가 될 전망이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충전하는 완벽한 친환경 전기자동차가 업계의 화제였는데 태양광 사업이 위축되면서 전기차 자체가 별다른 힘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전기차 도입 국가들이 전력을 생산하는데 화력 발전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가 더 이상 친환경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어 업계 전반의 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에서 자동차용 배터리(battery)를 생산하고 있는 업계에는 트럼프 당선이 위기로 작용하고 있는 이유다. 미래 산업으로 집중적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투자했던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이 트럼프 정권 아래에서는 당분간 투자를 유보해야 할 사업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가 이란·북한 등 핵을 보유하고 있는 위험 국가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힐 것으로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원유와 석탄 생산량이 다소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란은 막대한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산유국이지만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받으면서 생산시설이 낙후돼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년에 5천만t 정도의 석탄을 생산해 전량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북한 역시 트럼프 정부의 압박으로 수출길이 막힌다고 해도 국제 석탄 가격을 인상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다만 석탄 수출로 1년에 1조원을 약간 넘는 돈을 벌어들이는 북한이 트럼프의 경제제재를 이겨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면서 김정은 3대 세습 왕조의 붕괴가 일어날 것이라는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