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주 찬성 기반 이뤄낸 성과, '원칙-절차' 따른 종합적 판단"'합병비율' 현행법 근거한 산출 결과…무산시 최대 '8조원' 손실"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최순실 특혜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삼성에 특혜를 주기 위해 손실을 무릅쓰고 합병을 찬성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합병비율과 시기, 평가손실 등을 고려할 때 이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특히 전체 주식의 20%을 소유한 일반 주주들의 찬성으로 합병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는 평가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이유로 삼성에 특혜를 줬다는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삼성이 최순실씨를 지원한 대가로 청와대의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근거없는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사실 국민연금의 삼성 특혜 의혹은 합병이 의결된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9월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국민연금이 삼성을 봐주기 위해 불리한 합병을 진행했다는 주장이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삼성에 혜택을 줬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크게 세가지 이유를 들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혜택을 주기 위해 불리한 합병비율에도 합병을 찬성했으며, 전문위원회 등 의결권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합병 후 시너지 효과가 불분명했다는 것이다.

    주된 내용은 국민연금이 적정 합병비율을 1대 0.46으로 판단했음에도 이보다 불리한 1대 0.35 비율로 합병하며 수천억원의 손해를 자초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합병을 밀어주고 59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론 2300억원 정도다. 문제는 이 마저도 매도 시점에 따른 차이로 기준이 바뀌면 1000억원의 수익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과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합병비율 산정절차에 이해가 없는 무책임한 의혹 제기라는 반응이다.

    상장법인의 합병비율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176조의 5)'에 따라 산출된다. 시행령은 ▲최근 1개월 평균 종가 ▲최근 1주일 평균 종가 ▲최근일 종가 등 세가지 산술평균으로 합병비율을 산출하게 되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도 이러한 근거에 따라 정확하게 합병비율이 정해졌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판단한 1대 0.46 합병비율은 시행령의 산술평균이 아닌 양사의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임의로 산정한 수치로 실제 현행법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불리한 합병비율로 삼성에 특혜를 줬다는 주장은 신뢰성을 잃게된다.

    또 국민연금이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투자위원회의 판단만으로 합병을 진행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국민연금은 산하 투자위원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투자위의 찬성으로 결정됐다. 

    전문위는 투자위의 의결이 난항을 겪거나 곤란에 빠졌을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최된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투자위의 찬성 결정이 문제 없이 도출됐다.

    사실상 전문위가 열릴 필요가 없었으며 전문위가 열리지 않았다는 주장도 논리를 잃게된다. 일각에서는 전문위가 열렸다면 합병 반대가 나왔을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지만 이는 단순한 가설에 불과하다.

    합병 후 시너지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불분명했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합병에 따른 손실을 설명하기 위해선 합병 후 현재 보유가치와 합병을 하지 않았을 경우 현재의 추정가치 차이를 평가해야 한다. 

    지난해 7월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주가 하락율은 약 10%(15만6000원→14만1500원)로 합병이 무산됐을 경우 건설업종의 평균주가 하락(-27.14%)에 지난해 4분기, 올해 1분기 발생한 부실분(3조원)을 반영하면 주가는 더욱 하락하게 된다. 향후 삼성물산 영업가치 약세 전망 등을 감안하면 합병비율의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상존한다는 대신경제연구소의 전망이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바이오 상장에 대한 긍정적 수혜 영향도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 바이오 사업의 장부상 평가가치는 6.8조원에 불과했지만 삼성물산에 합병된 후 장부상 가치는 11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건설업의 하락과 바이오 수혜 영향을 더해도 7~8조원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수많은 단체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일반인 주주들의 찬성이 절대적이었다"며 "실체 없는 의혹으로 다수의 주주와 국민들에게 손해를 입히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주가 흐름만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기록하는 등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근거 없는 의혹제기는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