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1만2천톤 원안 재평가 요구… 아라온호 수준이 마지노
  • ▲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연합뉴스
    ▲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연합뉴스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제2 쇄빙연구선 건조사업 예비 타당성조사(이하 예타)가 다음 달 초순께 결론 난다.

    해수부는 최소 아라온호 수준의 쇄빙선이 아니면 아예 예타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4일 해수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예타 수행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기평)은 이달 중 제2 쇄빙연구선 건조사업 관련 예타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 초쯤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다. 과기평은 지난해 1월25일부터 조사를 벌여왔다.

    해수부는 북극 연구수요가 늘면서 2009년 처음 띄운 국내 1호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전체 연구 수요의 60% 정도를 소화하는 데 그치자 북극 연구수요를 전담할 제2 쇄빙연구선 건조를 추진했다.

    총사업비 2856억원을 투입해 총 톤수 1만2000톤, 승선 인원 120명(승무원 30명·연구원 90명) 규모의 중대형선을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7487톤, 승선 인원 85명으로 중형선에 해당하는 아라온호보다 1.6배쯤 크다. 쇄빙 능력도 2배 강화했다.

    해수부는 오는 2022년께 제2 쇄빙선을 띄우면 북극 연구 항해 일수가 기존 27일에서 140여일로 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과기평은 사양이 뻥튀기됐다며 사업 규모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태도다. 과기평은 규모를 계획안의 절반도 안 되는 5000톤으로 줄이고 용도도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 물자 등을 보급할 수 있는 다목적 쇄빙선으로 바꿔야 한다는 견해다.

    해수부는 제2 쇄빙선을 다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그러려면 배 규모가 적어도 9000톤은 돼야 한다는 의견을 과기평에 전달했다.

    애초 지난해 11월까지로 예정됐던 예타는 해수부와 과기평의 견해차로 다음 달까지 2차례 연기된 상태다.

    과기평은 해수부의 9000톤급 대안에 대해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태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부는 최근 과기평에 9000톤급 대안을 폐기하고 대신 보충자료를 통해 1만2000톤급 원안 재검토를 요청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애초 사업계획에는 네다섯 개의 사업효과를 제시했는데 과기평이 한두 개만 효과를 인정하다 보니 사업 규모가 축소됐다"며 "과기평 중간 평가에 맞춰 사업계획을 변경하기보다 애초 제시했던 사업내용의 논리를 보강해 원안대로 재평가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예타 결과가 5000~9000톤급 사이에서 합리적으로 나오면 사업계획 변경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아라온호와 동급인 7500~8000톤급을 수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잡은 상태다.

    해수부는 예타 결과가 아라온호보다 작은 준중형급에 그친다면 아예 예타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사업이 지체되더라도 자료와 논리를 보강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예타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재기획을 거쳐 기재부의 예타 대상과제 선정(예비심사)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2월 일본은 1만톤급 쇄빙연구선 건조계획을 발표했고, 중국은 1만4000톤급 쇄빙선 착공식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