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정든 압구정 떠나 삼성동으로 사옥 이전… 2019년 입주 예정
정지선 회장 "생존과 성장 위해 새로운 길 모색해야"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현대백화점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현대백화점

    "생존과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의 판단 기준과 성공 논리에 얽매인 사업방식으로는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2017 신년사에서 밝힌 말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그룹의 모태를 삼성동으로 이전하기 위한 포석을 다지고 글로벌 브랜드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그룹은 40여 년간 머물렀던 압구정동 시대를 끝내고 삼성동으로 2019년 사옥을 이전할 계획이다.

    본사 이전의 경우 회사의 중대사안인 만큼, 정지선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결과물이라는 게 업계의 생각이다. 특히 압구정본점은 현대백화점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만큼 사옥 이전 결정은 파격적인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980년 초반부터 서울 압구정본점 인근 현대아파트  내 금강쇼핑센터를 사옥으로 사용해왔다. 금강쇼핑센터 중 현대백화점그룹이 2~4층을 사용하고 있으며, 300여 명의 직원이 근무중이다.

    지난 2015년 기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약 9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본점인 압구정점 매출(약 8300억원)보다 1000억가량 높은 실적이다. 사실상 현대백화점그룹의 핵심이 압구정에서 삼성동으로 이동 한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에는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이 아닌 무역센터 부지를 내세워 면세점 특허까지 획득했다. 향후 사업의 중심이 압구정이 아닌 삼성동이 될 것이라는 단적인 사례였다.  

    면세점 유치 이후 상당한 금액의 투자도 삼성동에서 이뤄진다. 
    지난해 3차 면세점 입찰 당시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 정문 앞 광장에 한류 스타를 테마로 한 1000㎡(303평) 규모의 '강남돌 테마파크' 조성 계획을 세우는 등 5년간 총 300억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은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시장을 분석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경쟁사인 롯데와 신세계의 경우 면세점 특허를 이미 획득해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대상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즉 현대백화점도 최근 외국인 수가 증가하고 있는 삼성으로 본사를 이전해 본격적인 글로벌 브랜드로써의 변신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사옥을 이전하는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 인근은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관광특구인 코엑스 단지 내 위치해 있다.

    2021년에는 초고층 빌딩 현대자동차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도 완공 예정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돼 무역센터점은 이러한 조건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정지선 회장의 이번 본사 이전 결정이 2007년 12월 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 꼭 10년 만에 이뤄진 점도 주효하게 볼 대목이다.

    2007년 정몽근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만 36세의 나이에 그룹의 수장에 오른 정 회장은 그동안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며 웬만해서는 일선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10년 '비전 2020'을 발표한 이후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신규점포 및 면세점 유치 등 사업 다각화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특히 경쟁사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만 62세)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만 48세)보다 젊은 정지선 회장(만 44세)의 혁신이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 것인지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0대 정 회장은 은둔의 경영자였다면 40대가 된 정 회장은 광폭적 행보와 공격적인 경영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올해는 정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른 지 10주년이되 는 해다. 이 때 본사이전을 결정한다는 것은 현대백화점그룹의 변신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