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75%·제약약품 70%…"신약개발 투자로 이어져야"


  • 제약업계가 상품매출 비중을 해마다 늘리면서 다국적제약사의 도매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수 없게 됐다.

    일반적으로 제약회사 상품매출의 상당부분은 도입신약이 차지하고 있다. 도입신약매출은 다국적제약사와 신약 품목 관련 계약을 맺고 국내 영업과 판매를 맡아 발생하는 수익이다.

    3일 매출 상위 10대 제약사의 각사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유한양행의 상품매출이 전체 매출의 74.5%를 차지해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1위인 유한양행은 도입신약의 매출 비중이 높은데,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 당뇨치료제 '트라젠타',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 등이 대표적인 도입신약 품목이다.

    도입신약의 매출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했으며 지난해만 3509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매출 1조3207억원에서 26.5%를 차지하는 수치다. 특히 비리어드 한 품목에서만 139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유한양행의 경우 원료의약품과 '유한락스' 등 생활용품도 상품매출에 포함돼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게 나는 구조다.

    뒤를 이어 상품매출 의존도가 높은 회사는 제일약품이다. 제일약품의 상품매출비중은 70.3%로 나타났다.
    제일약품의 상품매출비중이 높은 이유는 다국적제약사 화이자와의 공동판매가 다수 품목에 걸쳐 장기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약품은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 소염진통제 '쎄레브렉스',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 '엔브렐' 등의 화이자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상품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던 곳은 종근당이다. 종근당의 상품매출액은 전년 대비 무려 152.8%나 뛰었다.
    이는 종근당이 지난해 MSD로 부터 판권을 도입한 고지혈증치료제 '자누비아', '바이토린', 고지혈증복합제 '아토젯' 등 대형품목의 매출 선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상위제약사들이 상품매출에 의존하는 이유는 외형유지와 신약개발의 어려움 때문이다.

    상위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제약산업 구조상 제네릭(복제약)으로 수익을 내는데는 한계가 있고 신약개발은 물리적인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수익적인 측면에서 돌파구로 삼은 것이 도입신약 영업에 따른 매출"이라며 "중소제약사에 비해 막강한 영업력을 가진 상위제약사들이 다국적제약사와 파트너십을 견고히 하려는 이유는 상품매출이 그만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실제 MSD 대형품목들의 판권을 가져왔던 종근당은 상품매출이 전체 실적향상을 견인하면서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베링거인겔하임, 길리어드 등과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유한양행도 마찬가지다.

    반면 MSD 품목 판권을 종근당에 내준 대웅제약은 상품매출비중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하며 39.1%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상위제약사가 다국적제약사의 도매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지속되는 원인은 상품매출증가가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외형확대로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매출의 70%이상이 상품매출인 유한양행과 제일약품의 지난해 R&D비중은 각각 6.5%, 3.6%로 업계 평균인 7.2%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매출 1조 클럽에 입성한 광동제약은 업계 최저수준인 0.8%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다국적제약사와 전략적인 파트너십은 외형성장에 원동력이 되지만 이를 통한 수익을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발목을 잡는 한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