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유리한 내용 의도적으로 누락"양측 공방에도 평정심 유지…변호인 반론에 고개 끄덕이며 동조도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두 번째 공판기일에서 변호인단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훈련 지원이 비선실세 최 씨의 강요로 인한 선택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코어스포츠에 대한 지원이 정유라 혼자를 위한 것이었다는 특검의 주장을 강하게 부정했다. 공판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재판에서도 담담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13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대법정에서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은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용역비 및 말 구입 비용으로 지원한 78억원을 놓고 특검과 변호인단의 법리공방이 이어졌다. 해당 지원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다투는데 중요한 쟁점이 되기 때문이다. 

    이날 공판은 앞선 공판과 마찬가지로 최지성 전 삼성 부회장 등 사건 공동 피고인들의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에 대한 증거조사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특검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겸 대한승마협회 부회장,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노태강 전 체육국장,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 등의 진술 조서를 앞세웠다. 황 전무의 조서 등을 직접 근거로 들며 이 부회장 측이 최씨의 존재를 알고 정 씨만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박상진 사장이 '최순실이 정말로 아끼는 딸이 마장마술 선수인데, 그 딸을 포함해 2020년 올림픽을 대비해 독일 전지훈련을 삼성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는 황 전 무의 진술을 공개했다.

    이어 "황 전무가 삼성이 비덱스포츠와 6명의 승마선수를 지원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도 정 씨 혼자를 지원하려 한 것이라 증언했다"며 "6명의 용역비를 청구했지만 실제로는 정 씨만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특검이 조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내용을 읽지 않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유진룡 전 장관과 진재수 전 과장의 진술 등을 제시하면서 삼성이 2013년 쯤부터는 정유라가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면서 "특검이 비선실세 딸이라고 말하는데 실제로는 정윤회의 딸이라는 표현만 나왔을 뿐 최순실의 딸로 인식한 사람은 없었다. 진술에서도 그렇게 표현된 바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정유라 만을 위한 지원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황 전무의 설명대로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변호인단은 "당초 계획은 6명을 선발해 2015년 정유라를 포함한 6명을 전지훈련 시키키고 했는데, 선발이 지연됐고 선발과정과 방법에 대한 여러 이견이 있어 최순실이 지연 시켜달라고 했다"면서 "최순실이 전지훈련 계획을 발표하면 전지훈련단 멤버에 자기 딸이 발표가 될 것이고, 총선에서 야당 측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해 선수 선발을 총선 이후로 연기해달라고 했고 저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황 전무가 모든 용역비가 정유라를 위해 사용된 돈이라는 질문에 '예 맞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은 "원래 여러 명을 지원하려는 프로젝트에서 다른 선수들을 선발하지 못하게 되면서 모든 지원금이 정유라에게 쏠린 결과를 말한 것이지 처음부터 정유라 한 명만을 지원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50분경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선 이 부회장은 앞선 공판 때와 동일한 회색 정장에 흰 셔츠를 입고 다소 담담한 표정으로 법원에 들어섰다. 오전 내 이어진 특검의 발언에 이 부회장은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다만 변호인측 반론에는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태도를 보인데 반해 특검의 진술에는 차분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정면을 응시하고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재판부와 변호인단은 모니터를 응시하며 서류 검토에 집중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특검의 발언을 순간순간 기록하면서 대응책을 논의하느라 분주했다. 변호인단은 '삼성은 최순실이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사람인 걸 알고 난 후부터 어쩔 수 없이 지원했다는 사실과 추가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수차례 언급했다.

    특검은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진술내용을 말할 땐 '~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 끝을 흐렸지만, 피고인이 인정한 내용에 대해서는 또박또박 발언하는 차이를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은 공판을 보기위해 몰려든 방청객과 취재진으로 붐볐다. 방청석 150개 가운데 절 반 가까이를 취재진이 차지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 부회장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은 오는 14일 오전 10시 진행되며, 1~2차 공판과 같이 피고인들의 피신조서에 대한 증거조사가 다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