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출연 '대가성' 놓고 특검vs변호인단 공방…배후 최순실 알지 못해"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청와대의 요청을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세무조사나 각종 사업 인허가 문제, 환경문제 등 사업이 추진 되지 않거나 지연될 경우 손해가 클 수 있다는 염려가 있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진술이 공개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표정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던 지난 공판과는 확연히 달랐다. 

    14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대법정에서는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의 심리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세 번째 공판기일이 열렸다.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드러선 이 부회장은 재판부와 특검, 변호인단에 가볍게 목례한 뒤 자리에 앉았다. 지난 공판과 마찬가지로 회색 정장에 흰 셔츠를 입었고 표정은 담담했다. 

    변화가 있다면 손에 서류봉투가 들려 있었다. 자리에 앉은 이 부회장은 봉투에 든 서류를 꺼내 펼쳐놓고 재판 내내 검토했다. 공판과 관련된 서류라는게 삼성 측 설명이다.

    오전 10시 공판이 시작됐다. 김진동 판사는 당초 3일로 예정됐던 서증조사 일정을 언급했고, 특검은 지난 두 차례의 공판을 감안할 때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재판부가 서증조사의 효율성 등을 들어 압축방안을 제안했지만 특검은 가급적 기존 계획을 맞추겠지만 1~2회 정도는 늦춰질 수 있다고 양해했다.

    이날 공판에서 특검과 변호인단은 재단에 대한 출연금을 둘러싼 대가성 여부를 다퉜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한 대가 관계에 따른 출연이라 주장한데 반해 삼성은 법적 절차에 따라 전경련의 주도로 출연했을 뿐 대가성 없는 출연이었다고 맞섰다. 특히 다른 기업들도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최순실이 배후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 내내 특검의 발언을 경청하면서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 진술조서가 바뀔 때마다 서류를 바꿔가며 변호인과 의견을 나눴고, 필요할 경우에는 기록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재판 시간이 길어지자 입이 타는 듯 연신 물을 마셨고 틈틈이 립밤도 발랐다. 한숨을 쉬는 모습도 심심찮게 나왔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진술조서에는 특히 관심을 보였다. 피신조서에 따르면 권 회장은 재단 출연 경위와 관련해 "포스코는 2015년 12월 22일 미르재단에 30억, K스포츠재단에 19억원을 출연한 것으로 안다. 당시 급하게 진행됐고 전경련이 할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청와대 요청을 거부할 경우 불이익이 염려됐다는 권 회장의 진술에 동조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권 회장은 특검조사에서 "청와대의 요청이 급하게 됐고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며 "세무조사나 각종 사업 인허가 문제, 환경문제 등 사업이 추진 되지 않거나 지연될 경우 손해가 클 수 있다는 염려가 있었다. 포스코는 2013년 7월부터 2014년 5월까지 포스코엠텍이 세무조사를 받아 435억원을 추징당해 장기간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이재용 부회장,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박상진 사장, 황성수 전무와 함께 9명의 변호인이 배석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특검은 3명 만 자리했다.

    방청석은 공판을 보기 위해 몰려든 취재진과 삼성 관계자로 채워졌다. 오전에는 평균 90명, 오후에는 60명 안팎이었다. 방청객 가운데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 성열우 전 미전실 법무팀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이수형 전 미전실 기획팀장 등이 눈에 띄었다.

    이 부회장에 대한 네 번째 공판은 오는 19일 오전 10시 피고인 피신조서에 대한 증거조사로 진행된다. 서증조사가 끝난 뒤에는 피고인들의 피의자 진술조서, 주요 증거에 대한 압수조서 등이 다뤄진다. 특검과 변호인단이 신청할 경우 증인에 대한 신문기일이 잡히게 되고, 해당 증인에 대한 주신문과 반대신문이 차례대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