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산책] 뉴욕 타임즈 필름 광고 '진실' by 드로가5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생중계 때 처음 집행한 뉴욕타임즈 광고 '진실' 


지난 해 미국 대선에서 가장 했던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페이크뉴스(Fake News)’. 도널드 트럼프가 CNN의 짐 아코스타(Jim Acosta)기자에게 내뱉은 이 말은 삽시간에 전세계적인 유행어가 됐다. 새로운 형식의 언론으로 부상한 뉴스피드(NewsFeed)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쓰레기통이라 불렸다. 대통령이나 대통령후보 혹은 당선인이 특정 언론사를 배척하는 풍경은 사실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


케이블방송으로 시작한 CNN이나 인터넷 매체 뉴스피드만 이 모욕을 감내해야 했던 것은 아니다. 소위 정통언론 혹은 주류언론으로 분류되는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 등도 도널드 트럼프와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광고매체의 변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진정한 저널리즘을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버텨오던 전통매체들에게 진실을 알리지 않는다는 질책만큼이나 치명적인 공격은 없다.


지난 2 26일 아카데미 시상식 텔레비전 생중계 시간, 뉴욕타임즈가 거액의 매체비를 들여 새로운 영상광고 진실(The Truth)’를 집행한 것이 트럼프 때문만은 아니다. 전통매체들이 놓인 사면초가 상황도 큰 이유다. 대중매체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광고수입이 격감한 데다가, 인터넷 덕분에 누구나 신문사를 차릴 수 있게 됐다. 소위 버블필터현상으로 인해 사람들이 자극적 기사만 찾아보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정론을 고수하는 점잖은 신문들은 점차 시장성을 잃고 있다. 그렇다고 기존의 주력상품인 정론기사를 버릴 수도 없다. 진정한 저널리즘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도 적잖을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독립대행사 드로가5(Droga5)가 대행한 이 영상광고에서 뉴욕타임즈는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실은 우리 사회가 그 어느 떄보다 더 양극화됐다는 것”, “진실은 대안적 사실은 거짓말이라는 것이라는 자막으로 시작한 이 광고는 뜻밖의 자막들로 이어진다. “진실은 매체가 부정직하다는 것”, “진실은 여자는 여자답게 옷 입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어지는 자막들은 혼동스러우리만큼 전혀 다른 정치적, 사회적 입장의 진실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잔실은 발견하기 어렵다”. “진실은 알기 어렵다”, “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라는 자막과 뉴욕타임즈 로고로 광고가 끝난다.

 

뉴욕타임즈는 이 광고를 통해 세간에 퍼지고 있는 페이크뉴스 논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진실이란 주제를 선점했다. 본래 저널리즘은 진실이 아니라 객관성을 강조해왔다. 저널리즘이란 말 자체도 매일의 기록이라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저널(Journal)이란 교회나 기관에서 날마다 기록하던 물품의 재고나 그 날 있었던 일들을 기록한 것을 말한다. 저널리즘이 처음부터 객관성을 내세웠던 것은 아니다


19세기 후반, 미국 신문사들이 특정 정당의 소속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내세우기 시작한 기치는 사실주의(Realism)’였다. 예술사조의 하나인 사실주의는 사실(facts)을 나열함으로써 그로부터 독자들이 스스로 진실(truth)을 파악하게 한다는 목적으로 시작됐고, 이것이 객관성이란 개념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 뉴욕타임즈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반박하기 위해 제작한 동영상 


    흔히 착각하는 수가 많지만 ‘사실진실은 엄격히 구분된다. 사실은 관찰하는 것이라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리 관측될 수 있지만, 진실은 관점이나 시각과 무관하게 일관되어야 하며, 사실과는 달리 한 사안에 단 하나만 존재한다. 어두운 밤에 별다른 장비 없이 보초를 서던 군인이 아무 이상 증후도 없었다고 말했다고 치자. 그가 본 데로 정직하게 말했다 하더라도, 야간투시경을 장착하고 있던 다른 군인은 이를 거짓이라고 볼 수 있다. 세상일도 마찬가지다. 관점에 따라 각기 다른 '사실'을 접하는 우리는 서로를 거짓말쟁이로 취급하며 끊임 없이 논쟁한다. 

     

    뉴욕타임즈는 새로운 매체환경을 맞으며 다각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왔다. 2014년에는 눈사태(Avalanche)”라는 기록영화를 내보였으며, 2016년에는 NYT VR(뉴욕타임즈 가상현실)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VR 다큐멘터리와 VR 광고라는 새로운 매체를 실험,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칸 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받기도 했다


    뉴욕타임즈가 광고에서 말하듯, VR 아니라 그 어떤 매체를 이용한다 하더라도 독자들이 진실을 알기란 어렵다. 안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실인지 검증할 방법도 없다. 그럼에도 뉴욕타임즈는 진실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한다. 진실은 자명한 것이지 주장이 아니다. 언론은 누구로부터 진실을 검증받을 수 있을까. 모든 이들이 자신의 관점과 견해만을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이 세상에 누가 과연 진실을 '규명'하고 '인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