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일반사무직 경력채용 10명 내외 선발에 571명 몰려일과 삶 균형 중요시 여기는 직원들 이직 시도 늘어나는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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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게티이미지뱅크
    과도한 영업 압박으로 고심하는 은행원들의 이직 고민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금융공기업이나 인터넷 전문은행 채용에 큰 관심을 보이며 실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위해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면접 전형을 진행 중인 한국은행 C3(일반 사무직) 금융경력직에 총 571명이 지원했다. 최종 선발인원은 10명 내외인데 500명이 넘게 몰리면서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실 수치상으로 따지면 804명이 몰렸던 지난해보다는 올해 지원자가 적다.

    하지만 최초근무지역 기준을 전국으로 열어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제주권 등 총 5개 권역으로 제한을 뒀음을 감안하면 해석이 달라진다.

    특히 최초 합격시 수도권에서 근무할 수 있는 곳은 서울·인천·춘천 등 3곳에 불과했다. 이직을 하게되면 거주지를 이동해야하지만 불편함도 개의치않고 이직을 시도한 금융권 재직자가 500명이 넘는 셈이다.

    한국은행 C3직군은 출납과 여신 업무를 담당한다. 보통 정책이나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종합기획직(G5)보다 하는 일이 제한돼있어 상업계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채용만 진행돼왔다.

    그러다 지난해 처음 은행 등 금융권 경력 3년 이상 종사자를 경력직으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중은행 정규직들이 서류 지원에 대거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공기업 연봉 수준은 시중은행 직원들보다 훨씬 적다.

    실제로 한국은행 C3 연봉 역시 초봉 28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원 대졸 초봉이 약 5000만원선에서 형성돼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절반에도 못미친다.

    다만 금융공기업에서는 카드나 방카슈랑스, 퇴직연금, 모바일플랫폼 가입자 유치 등 프로모션에 대한 압박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월급은 적지만 업무 스트레스가 크지 않고 야근이 적어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번 한국은행에 지원한 은행원들 역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의 중요성을 주장하며 채용에 관심을 보였다.

    최근 은행들이 고객 선점을 위해 과도한 경쟁을 벌이면서 직원들에게 할당량을 부과하는 등 은행원들이 받는 압박은 날로 커지는 추세다.

    가입을 권유할 수 있는 고객은 한정돼있는데 비슷한 상품에 대한 프로모션을 매년 진행하다보니 결국 지인에게 부탁하거나 본인 계좌를 개설해 실적을 메우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영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자 이직 시도를 하는 직원들도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다.

    지난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출범 전 주주로 참여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직 신청을 많았는데 여기에도 수백명의 직원들이 몰렸다.

    최근에도 경력 사원을 채용 중인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의 문을 두드리는 은행 직원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원들이 익명으로 교류하는 커뮤니티 내 케이뱅크 업무 환경이나 실적 압박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는 등 이직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옛날에는 은행 취직만 하면 정년까지 보장돼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다르다. 은행들이 인력을 갈수록 줄이면서 정년은커녕 마흔 다섯 살까지도 다니기 힘든 곳이 됐다"며 "금융권 취업 관문을 어렵게 뚫고 온 인재들이 많은데 과도한 실적 압박으로 떠나는 직원들이 점점 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