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물산 합병 및 승마 지원 관련 '부정한 청탁' 집중할 듯"공소사실 중심 '최순실' 증언…정유라 단독지원 실체 추궁 예상"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3~35차 공판이 지루한 일정에 돌입한다. 이번 주 공판은 화·수·금 일정으로 소법정과 대법정에서 각각 진행된다.

    27일 열리는 33차 공판에는 이윤표 전 국민연금공단 운용전략실장과 채준규 전 국민연금 리서치팀장, 박창균 전 국민연금 전문위원이 증인석에 오른다.이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돼 있다.

    오전 공판에 나오는 이 전 실장은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전문위원회가 아닌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기권표를 던진 인물이다. 

    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복지부가 합병을 유도했다는 취지로 증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투자위에 어떤 압력도 가하지 않았다'고 한 것을 믿지 않았다"며 "국민연금의 물산 합병 찬성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 전 실장을 상대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과정에 청와대와 삼성의 개입이 있었다는 증언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특히 '청와대가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무시하는 상황으로 생각했다', '이 부회장과의 만남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는 이 전 실장의 증언을 앞세워 '삼성->청와대->복지부->국민연금'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전략이다. 

    반면 변호인단은 앞선 공판과 마찬가지로 '투자위 결정은 내부 지침에 따른 정당한 절차였으며, 삼성의 개입 또한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합병 찬성 결정은 기금자산 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무산됐을 경우 막대한 손실이 예상됐다'는 관련자들의 증언을 강조할 전망이다.

    오후에 출석하는 채준규 전 국민연금 리서치팀장과 박창균 전 국민연금 전문위원에 대한 증인신문 역시 오전 공판과 유사한 신문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채 전 팀장은 물산 합병에 대한 시너지를 조사 및 분석한 인물로 합병이 완료되면 매년 10% 이상의 매출 성장에 따라 2조원대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여기에 투자위가 개최되기 전 이재용 부회장 등을 만나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CEO 면담내용'이라는 문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은 2015년 전문위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 방향을 결정했던 위원 중 한 명으로, 물산 합병이 투자위 결정으로 진행된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는 물산 합병건과 유사한 SK-SK C&C 합병건이 전문위에 부의됐고, 사안의 중요성을 따질 때 전문위에 부의되는 게 타당하다며 의결권 행사 절차를 지적한 바 있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이들을 상대로 ▲국민연금의 합병 시너지 조작 여부 ▲투자위 결정의 타당성 여부 ▲청와대와 삼성의 지시 및 개입 여부 등에 대해 집중 확인할 계획이다.

    28일 열리는 34차 공판에는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최 씨는 삼성 뇌물사건의 한 축을 담당하며 공소사실의 중심에 있는 만큼 법정에서 어떤 증언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에 앞서 오전 공판에는 김건훈 전 청와대 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김 전 비서관은 안 전 수석의 전속 보좌관으로 일명 '안종범 업무수첩'의 일부를 특검에 제출한 인물이다. 특히 수첩에 기재된 박 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과 대기업 총수와의 면담 내용 등을 직접 작성했다고 진술해 증거의 신빙성을 두고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최 씨는 오후 공판에 출석한다. 그는 딸 정유라의 승마지원과 함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미르 및 K스포츠재단 등에 대한 뇌물 수수자로 지목된 상태다. 

    특검은 삼성이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부정한 청탁을 이어왔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만큼 이와 관련된 신문에 집중할 방침이다. 최 씨가 이 부회장의 공소사실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어 다양한 질문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변호인단의 신문도 강도높게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의 지원이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의 강요로 진행된 점을 강조하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부회장의 공판에 앞서 26일 열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공판에는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들은 삼성그룹 핵심 수뇌부로 현재 이 부회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돼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고 있다.

    다만 같은 사안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어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증언을 거부할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