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전형료 인하 이어 입학금 폐지
  • 문재인 정부가 대학 입학금 폐지 계획을 내놓자, 교육부가 그동안 모습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정부가 대학 입학금 폐지 계획을 내놓자, 교육부가 그동안 모습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고액 입학금 징수와 관련해 그동안 두 손을 놓고 있던 교육부가 문재인 정부의 '단계적 폐지' 계획이 공개되자 뒤늦게 제도 손질을 주도하는 모습에 대학가에서는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입생이 반드시 납부해야하는 입학금은 그동안 산정 근거, 사용처 등이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지속돼왔다. 이를 두고 교육부는 '등록금의 한 종류'라며 입학금 인하를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웠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전형료 인하에 이어 입학금 폐지를 추진하자 교육부는 기존 주장과 달리 제도 변화를 예고하면서도, 손실에 따른 대안 마련에는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26일 대학정보공시센터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7학 년도 일반대학(215개교), 전문대(131개교)의 평균 입학금은 각각 61만9천원, 61만8천원으로 집계됐다.

    일반대학보다 수업연한이 1~2년 짧은 전문대도, 4년제 대학과 비슷한 수준의 입학금을 책정하는 등 신입생은 입학과 동시에 수십만원을 납부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4년제 대학 중 동국대는 102만원으로 입학금이 가장 비쌌고 이어 한국외대 99만8천원, 고려대·홍익대 99만6천원, 인하대 99만2천원, 세종대 99만원, 연세대 98만5천원, 한양대 97만7천원, 서강대 96만9천원, 신한대 96만8천원 등의 순이었다.

    전문대 가운데 서울예대가 가장 높은 99만원의 입학금을 징수했고 농협대 86만2천원, 대구보건대 83만5천원, 동양미래대 82만원, 인하공업전문대 81만4천원, 명지전문대 81만1천원, 신구대 79만원, 구미대 78만8천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대학과 달리 광주과학기술원·한국교원대 등은 입학금이 전혀 없었고 한경대 2만3천원, 한국교통대 4만5천원, 인천대 25만원 등은 낮은 입학금을 책정했다.

    전문대 중에서는 한국복지대가 9만3천원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고 동아보건대 17만9천원, 강원도립대 23만원, 강원관광대 25만원, 고구려대 30만원 등 평균치 이하였다.

    그동안 입학금 책정과 관련해 대학들이 명확한 산정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지난해 10월 전국 대학생 9천여명은 고액 입학금 반환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도 대학들의 고액 입학금 책정은 여전했다.

    고액 입학금 징수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학 입학금 폐지' 공약을 내세웠다. 지난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는 2021년까지 입학금 단계적 폐지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학들이 한 해 거둬들이는 입학금 규모는 약 4천억원. 대학별로 천차만별인 입학금은 수험생, 학부모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올 때마다 교육부는 '대학 자율'이라는 부분에서, 전년도 물가상승률보다 1.5배가 넘지 않도록 제한할 뿐이었다. 자퇴 등으로 잠시 학교를 떠났더라도 재입학 시 학생이 입학금을 다시 납부하는 상황에 몰려도 교육부는 대학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강조, 입학금 자체가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에 포함된다'며 산정 근거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도 지켜보기만 했다.

    반면 국정기획위가 입학금 단계적 폐지안을 들고 나오자 그동안 입장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교육부는 20여개 대학의 기획처장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입학금 산정 근거 등을 파악하면서 본격적임 움직임을 보였다.

    사용처 등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서 입학금 징수 자체를 관망하던 교육부가 뒤늦게 손질에 나서면서 전형료 삭감, 등록금 동결 등 대학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 입학금은 약 50년간 유지된 제도다. 합리적인 입학금이 정해질 수 있지만 당장 진행된다면 대학들은 괴멸적 타격을 받을 것이다. 대형 대학들도 위기를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입학금이 없어질 가능성이 커졌지만 사실상 대학 입장에서는 수익 감소에 따른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대학 측은 "아무런 대안 없이 입학금을 폐지한다면 규모가 적은 대학들부터 무너질 것이다. 전혀 이야기가 없다가 새 정부가 들어서니깐 정책에 맞춰 움직이는 교육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B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말 한마디에 대학은 들을 수밖에 없다. 손실되는 부분에 대한 부분이 명확히 나왔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뒤늦은 입학금 폐지 움직임과 관련해 교육부는 단계별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대학장학과 관계자는 "아직 입학금 인하를 요구하는 단계는 아니다. 단계별로 대학의 입장을 듣고 있으며, 직접적으로 알려준 것은 없다. 의견 수렴 단계이기 때문에 정해진 것도 없다. 국정 과제는 단계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초기 단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