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산은 회장, 정은보 신상훈 물망

  •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사퇴 요구를 받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뉴데일리
    ▲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사퇴 요구를 받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뉴데일리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취임 10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박근혜정부서 임명된 금융기관장들이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정 이사장은 전 정부에서 금융권 실세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는 17일 '임직원에 드리는 글'을 통해 "새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한국거래소를 떠난다"고 적었다. 

문재인정부는 내달 금융공공기관에 대한 큰 폭의 인사를 예고해 왔다. 금융권에 대한 청와대 인사검증이 이달부터 본격 가동돼 내달 초에는 공석인 금융감독원, 수출입은행장 등을 시작으로 후속 인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표면적으로 청와대와 여당 내에서는 기관장들로부터 일괄사표를 받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론 물러나는 친박계 기관장이 적어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여당 중진인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트위터에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정부 산하기관장들이 꿈쩍을 안한다"면서 "정권과의 인연으로 임명된 정무직들이 직업공무원처럼 임기를 채우겠다는 것"이냐며 날을 세웠다. 

특히 "심지어 박근혜 대선캠프 출신의 국책은행장도 버티기, 염치도 정치 도의도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 의원이 지목한 국책은행장은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과 특임교수를 지냈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을 이끌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임명돼 임기는 오는 2019년 2월까지다. 

지금껏 산업은행은 정권에 따라 수장이 교체돼 왔다. 산업 구조조정을 총괄하고 정책금융을 주도하는 기관인 만큼 정부와 손발을 맞추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 회장의 후임으로 정은보 전 금융위원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을 거론하고 있다. 

다만 산업은행이 현재 금호타이어 매각 마무리 단계에 있어 당장 교체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밖에 금융공기업인 기업은행, 수협은행, 주택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의 수장도 '새 술은 새부대에' 원칙에 따라 큰 폭의 인사가 예고되고 있다. 

6개월 째 '깜깜이' 상태인 수협은행장 인선도 매듭이 지어질 지 주목된다. 지난 2월 첫 공모 이후, 내부 인사를 추천한 수협중앙회 측과 관료 출신을 주장한 정부 측이 맞붙으면서 쉽사리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상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공공기관장 몰아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대노총은 지난달 '청산대상 적폐 공공기관장' 10명을 공개, 노골적으로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중 홍순만 코레일 사장·이승훈 가스공사 사장·김옥이 보훈공단 이사장은 물러났거나 퇴진 의사를 밝혔다. 

이외에도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회장,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등이 문재인정부 출범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