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재단지원 및 제3자 뇌물 무죄판단 심각한 오류변호인단, 증거재판주의 훼손…형사재판원칙 지켜져야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첫 번째 공판이 12일 서울고등법원 312호 중법정에서 열렸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재판은 항소이유를 중심으로 한 모두진술과 쟁점정리 프리젠테이션, 반대의견이 이뤄졌다. 재판부가 재판일정에 대한 공지를 진행한 후 변호인단의 요구로 10분~20씩 모두진술 기회가 주어졌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1심 판결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한편 항소이유를 전달에 집중했다.

    특검의 모두진술이 먼저 진행됐다. 특검은 1심 재판부가 명시적 청탁과 묵시적 청탁을 구분해 204억원의 재단지원과 제3자 뇌물공여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문제를 제기했다. 삼성물산 합병,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등 개별현안이 안종범 수첩과 독대말씀자료에 명확히 기재된 상황에서 명시적 청탁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이 부회장을 포함한 피고인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부분과 재단지원은 구체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혐의 판단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보였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 재단지원은 경영권 승계의 대가이자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재단지원에 공익적 명분을 내세웠다고 해도 피고인들이 오로지 공익적 성격만 믿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공개적인 지원 요청이 아닌 안가에서 은밀하게 지원이 요청된 것에 문제를 삼은 것이다.

    특히 전두환 및 노태우 전 대통령도 정치발전의 명분으로 기업 돈을 받았다며 "다른 대기업도 출연했다는 주장은 유죄판결의 방해요소가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양형사유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1심 재판부가 부정한 청탁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의 권한으로 삼성이 현안에 유리한 결과를 얻은 건 확인이 안됐다'고 명시한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특검은 "1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에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챙겨보라고 지시한 것을 인정했다"며 "대통령이 운용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함에 따라 국민연금은 큰 손해를 입었고 이 부회장은 막대한 이익을 얻는 등 과거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같은 의도된 불법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피고인들이 이 부회장의 형사책임을 줄이기 위해 조직적인 허위진술을 했다고 언급하면서 "피고인들이 이 부회장이 삼성에서 행사하는 지위와 권한을 사실과 다르게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항소심에서는 이같은 사실이 양형판단에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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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뉴데일리DB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특검이 해당 사건을 국정농단 사건 본체로 규정하면서 형사재판의 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특히 1심 판결이 증거재판주의에서 밀려나는 등 형사재판 원칙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1심 판결을 통해 삼성의 수동적 지원과 청탁의 대가가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부분을 명확히 했다. 앞서 1심에서는 대통령의 강요와 압력에 어쩔 수 없이 지원했지만 현안해결 등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정됐다.

승계작업과 부정한 청탁에 대해서는 특검이 정의한 승계작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말하는 승계작업은 유기적 연관성과 시간의 순서를 지니는 개별 현안의 총합으로 세대교체적 의미의 승계와 구별된다"며 "원심이 이를 임의로 변형해 또 하나의 승계작업으로 설계하고 묵지적 청탁으로 인장하는 부분을 보고 현실세계에서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공통된 인식이 있었다면 경영권 승계만 해당되고 다른 현안은 공유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개별 현안을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다.

승마지원과 관련해 간접증거나 정황 증거로 인한 유죄 판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박상진 전 사장이 김종 전 차관에게 지원계획을 언급한 사실과 삼성이 질책을 받을 때까지 승마계획을 수립되지 않은 사실은 명백히 모순되는 부분인데 1심 판결에서 모두 사실관계로 인정됐다는 설명이다.

1심에서 단순수뢰죄가 인정된 것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반박한다'고 지적했다. 1심이 마필이 이전되면서 소유권을 최씨에게 넘기기로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동정범이 뇌물을 취한 것까지 단순수뢰죄로 인정한 것은 확대 해석이자 추측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양측은 박상진 진술조서, 안종범 및 김영한 업무수첩 등의 증거능력을 두고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해당 문서들이 유죄입증의 구체적인 증거가 되는지를 두고 상반되는 논리를 통해 의견을 펼쳤다.

박상진 전 사장의 특검조사 진술조서를 놓고 진술 거부권 고지와 실질적 수사 진행 여부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특검은 실질적인 수사개시가 없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거부권 고지 없이도 증거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출입국 내역조사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진행된 점을 비춰 실질적인 수사가 벌여져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