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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사람들이 20세기를 마감하며 '금세기 최고 발명품'으로 꼽은 물건은 세탁기였다. 에어컨, 인터넷, 비행기 등 위대한 발명품들을 제치고 첫손에 꼽은 것이다.

    에어컨, 인터넷, 비행기는 20세기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신기하지만, '없어도 그만'인 발명품이었다. 그러나 세탁기는 하루종일 육아와 가사노동에 시달리며 정치참여, 문화생활, 사회생활 등에 소외되던 여성들에게 자유를 줬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고 평가된다. 세탁기로 인해 빨래에 소요됐던 시간은 1/6로 줄었다. 단순 가사노동의 짐을 덜어낸 여성들은 그 시간에 한층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하게 됐다.

    소상공인들 고민은 20세기 여성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규모 사업자 특성상 청소, 고객 전화응대, 주문 처리 등 단순 노동의 반복이다. 인건비는 부담되는 지출이기에 직원을 여러명 둘 수도 없다. 이러한 자영업자 고민은 기계가 단순노동을 대신해 줄 때 간단히 해결된다.

    여기어때, 네이버, 카카오 등 대표 IT기업들은 소상공인들의 고충을 공감하고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자신들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소상공인을 돕겠다며 발 벗고 나섰다.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업주들은 고객 이용후기를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업무를 덜게 됐다. 여기어때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숙박 이용후기 분석 시스템 '스마트 리뷰 알림'을 개발, 적용했다. '여기어때 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이번에 도입된 '스마트 리뷰 알림'은 정보성 숙소 리뷰는 물론, 불만족리뷰와 개선사항을 '똑똑하게' 분석·분류하는 기능을 갖췄다. 사용자가 작성한 이용후기를 긍정, 부정, 정보성 단어나 문맥으로 분석해 사용자 감정을 감지한다. 

    예로 고객이 특정 숙소에 불쾌한 감정을 담은 리뷰를 남기면, '스마트 리뷰 알림'이 감지해 해당 숙박업주에게 바로 전달한다. 사용자가 숙박 이용후기를 남기면, 여기어때 앱과 함께 '마케팅센터(매출관리, 공지확인 등이 가능한 업주 전용 페이지)'에 리뷰가 동시 노출된다.

    네이버는 소상공인들에게 '챗봇'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소상공인에게 실시간 고객응대가 가능한 인공지능 매신저 '챗봇'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온라인 몰 운영자는 24시간 온라인으로 상품 재고 확인과 주문접수가 가능하다. 챗봇은 고객과 대화를 통해 고객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거나 위치기반으로 가까운 가게를 소개해준다. 인공지능이 알아서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해주니, 운영자는 홍보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다.

    카카오는 대표 사업분야인 메신저 플랫폼을 소상공인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카카오톡의 기업용 홍보 계정인 '플러스친구'의 보급판을 선보인 것. 기존에는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입점할 수 있었던 예전 상품과 달리 소상공인이 무료로 계정을 생성할 수 있도록 했다. 소상공인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계정을 통해 고객과 1대 1 응대가 가능해졌다. 대화를 통해 상품 주문, 구매 등 실용적인 기능도 탑재했다. 카카오는 빠른 시일 내에 플러스친구에 인공지능 챗봇을 접목해 자동으로 고객 응대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혹자는 "리뷰를 관리하는 업무가 얼마나 된다고 인공지능 기술까지 필요하냐"는 핀잔을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가져올 작은 변화를 생각해보자. 숙박업소 사장님은 리뷰를 일일이 찾아볼 시간에 호텔을 찾은 고객 한 명 한 명을 극진히 응대하고, 온라인 몰 사장님은 휴대폰으로 실시간 상품 반응을 확인하며 카카오톡 자동응답 시스템을 통해 고객응대 시간을 1/10로 단축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 일상이 당연해지고 10년, 50년 뒤 인공지능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 1가구 1보급이 당연시되는 세탁기처럼, 플랫폼 기업은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해 갖춰야 할 필수 서비스가 돼 있을지 모른다. /문지형 여기어때 CCO(최고홍보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