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4일까지는 '조사 설계'·이후에는 '공론화 관리'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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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가 '출범 89일째'인 20일 오전 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해산한다.

정부의 공론조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2007년 부산 북항 재개발 마스터플랜, 2015년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두고 '공론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신고리5·6호기 공론조사만큼 규모가 크지 않았고, 찬·반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전 사회적 관심을 끌지는 않았다.

신고리공론화위는 출범부터 발표까지 그야말로 우여곡절과 파란만장의 연속이었다. 처음 해보는 시도인 만큼 끝없이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고 해결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정부는 6월2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신고리5·6호기 공사를 3개월간 일시 중단하고 공사 여부를 공론조사에 맡기자고 결정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같은날 오후 브리핑에서 "공사를 영구 중단할 경우 이미 집행한 공사비와 보상비용까지 총 2조6천억 원의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지역경제, 지역주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문 대통령 공약 그대로 '건설중단'을 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 그 결정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법에 근거하지 않은 '초법적' 결정이다▲국가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의 손에 맡기느냐▲국민 의견 수렴에 3개월은 너무 짧다▲결론을 내놓고 끼워 맞추기를 한다▲공론화위의 공정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 등 각종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시민들이 찬·반 양측 의견을 충분히 듣고, 건전한 상식으로 판단 내릴 것이다. 비전문적이라는 우려는 안 하셔도 된다. 오히려 전문가가 생각을 안 바꾼다"며 "공론화가 장기화하면 코스트(비용)도 엄청날 것이다. 3개월의 공론화 시한을 연장하는 건 현 단계에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국무조정실은 즉각 공론화준비TF를 구성해 공론화위를 법적으로 뒷받침할 총리훈령 제정, 예산확보, 중립적인 공론화위원 선발 등 작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다.

이 총리는 7월24일 공론화위원장으로 대법관 출신 김지형 변호사를 위촉했다. 김 위원장은 덕망이 높고, 삼성전자 반도체질환 조정위원장과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이러한 '위원회'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공론화 위원 8명은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 등 4개 분야에서 2명씩 위촉됐다.

공론화위는 '중립성'이 최대 관건이기에 위원 선정 과정에서부터 건설중단 측과 건설재개 측 양쪽 대표 단체들에 후보자 명단을 주고 편향성 소지가 있는 인사는 배제하도록 '제척권'을 줬다.

위촉과 동시에 첫 회의를 한 공론화위는 매주 1회 전체회의를 열어 안건을 심의·의결하고 언론 브리핑을 통해 공개했다. 공론화위는 이날 오전 8시30분 마지막 14차 회의를 열어 정부권고안을 의결했다.

위원들은 조사분과(김영원·이윤석 위원), 소통분과(김원동·류방란 위원), 숙의분과(이희진·유태경·이성재 위원), 법률분과(김지형 위원장·김정인 위원) 등 4개 분과를 나눠 수시로 만나고 소통했다.

공론화위는 2차 회의 후 브리핑에서 "공론조사와 배심원제가 상당히 다른 방법인데 혼용됐다. 처음에 오해가 있었다. 우리는 공론조사 방식을 따르고, 조사 대상자들이 공사재개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밝혀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정부와 공론화위가 '최종 결정'을 두고 서로 떠넘기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곧바로 이 총리가 "정부가 책임, 결정의 주체라는 건 변함이 있을 수 없다"고 진화에 나섰고, 공론화위는 3차 회의에서 "공론화위는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라 공론결과를 권고의 형태로 정부에 전달하는 자문기구"라고 역할을 명확히 정립했다.

이후 공론화위는 8월24일 조사용역업체로 한국리서치 컨소시엄을 입찰을 통해 선정할 때까지 '공론조사 설계'에 매달렸다. 그 사이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공론화 예산 46억원을 의결했다.

공론화위는 용역업체를 선정한 다음 날부터 곧바로 1차 전화조사에 착수했고, 이때부터는 '공론화 관리'에 초점을 뒀다.

공론화위는 1차 전화조사를 8월25일∼9월10일 15일간 2만6명의 응답을 받았고, 9월11일에는 시민참여단 참여를 희망한 5천981명 가운데 500명을 선정했다.

공론화위가 9월16일(토) 천안 계성원에서 개최한 오리엔테이션에는 전국에서 478명이 참석해 공론조사에 대한 설명과 건설중단·재개 양측의 발표를 청취한 뒤 추석 연휴를 포함해 약 한 달간(28일)의 숙의(熟議) 과정에 돌입했다.

시민참여단에게 제공할 자료집과 동영상강의를 제작하는 과정에 건설중단 측이 "불공정하다"고 반발하며 '공론화 참여중단(보이콧)'까지 논의했으나 재개 측과 타협점을 찾아 가까스로 넘어갔다.

이후 공론화위가 전국 순회 토론회를 진행하는 중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이 토론회에서 건설재개 측 발표자로 나설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되자 건설중단 측이 '보이콧'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결국 이 문제는 공론화위가 나서 출연기관 소속 연구원이 발표자로 참가하도록 중재했다.

이 와중에 자료집 초안 유출논란까지 제기되자 김 위원장이 '공정성 논란 등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분열과 대립이 아닌, 통합과 상생을 위한 격조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이러한 고비를 넘고 넘어 시민참여단은 지난 13일(금)∼14일(토) 계성원에서 열린 2박3일 종합토론회에 참석해 3차 조사와 최종 4차 조사까지 무사히 마쳤다.

종합토론회에 참석한 시민참여단은 471명, 참석 대상 대비 98.5%라는 놀라운 참석률을 기록했다.

시민참여단은 총 4개의 세션에서 양측 발표자 발표청취, 48개조로 나눠 분임토의, 질의응답 프로그램을 반복하는 숙의 절차를 거쳐 최종 4차 조사에 참여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일반 여론조사와 공론조사의 차이점이다.

공론화위는 국민적 숙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전국 순회토론회와 TV토론회도 지속적으로 개최했고, 종합토론회 일부는 KTV와 SNS를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의 조사결과 분석까지 약 석달 간 숨 가쁘게 달려 이날 '정부권고안' 발표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