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대 채근교육부, 처음부터 전문대 외면… 보상책 없는 압박 가능성 불만
  • ▲ 교육부가 대학 입학금 폐지에 대한 논의를 일반대와 진행했지만, 전문대에 대해선 처음부터 협의를 가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뉴데일리DB
    ▲ 교육부가 대학 입학금 폐지에 대한 논의를 일반대와 진행했지만, 전문대에 대해선 처음부터 협의를 가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뉴데일리DB


    대학 입학금 폐지를 놓고 교육부가 일반대와 세부 논의를 가졌지만, 전문대를 외면한 협의 과정에 학교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교육부는 일반대 기획처장 10명과 입학금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와 재정 지원 등에 대한 협의가 이뤄졌지만 최종 합의 직전 결렬되는 상황을 맞았다.

    반면 전문대는 처음부터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아, 교육부가 구체적 보상책 없이 압박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31일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17학년도 등록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국 177개 4년제 사립대(지역캠퍼스 포함)의 평균 입학금은 72만3천원, 전체 127개 사립 전문대의 입학금은 평균 63만4천원으로 나타났다.

    국공립대 평균 입학금(일반대학 기준)이 14만9천원임을 감안하면 사립대는 높은 수준으로, 일반대와 비교해 수업 연한이 짧은 전문대의 입학금은 4년제 대학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100대 국정과제'에는 단계적 입학금 폐지 계획이 담겼다. 이에 그동안 고액 입학금 논란에도 산정 근거 조사 등을 외면한 교육부는 대학과 의견 수렴에 나섰다.

    지난 8월 국공립대가 입학금 폐지를 결정했고, 이어 교육부와 사총협이 의견을 조율하면서 일괄적 폐지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사총협이 등록금 1.5% 인상 조건을 내세우자 교육부는 거부 입장을 보이면서 결국 결렬됐다. 일괄 폐지는 물 건너 갔지만 교육부는 내달 2일 '대학·학생·정부 간 입학금 제도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1차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입학금 단계적 폐지를 두고 교육부는 일반대에 국가장학금II유형·자율협약형 대학지원 사업 확대, 규제 완화 등을 내세웠다. 반면  교육부는 논의 과정에서 일반대와 달리 처음부터 전문대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4년제 대학들과 입학금 폐지 논의를 진행했다. 전문대는 제외됐었다. 4년제 중심으로 진행됐다"며 전문대가 입학금 폐지 논의 테이블에 등장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일반대 중 가장 높은 입학금을 받는 곳은 동국대로 102만4천원을 책정했고 한국외국어대 99만8천원, 고려대 99만6600원, 홍익대 99만6천원, 인하대 99만2천원, 세종대 99만원, 연세대 98만5천원 등의 순이었다.

    전문대 중에서는 서울예술대가 99만원으로 100만원에 육박했고 농협대 86만2천원, 대구보건대 83만5천원, 동양미래대 82만원, 인하공업전문대 81만4천원, 명지전문대 81만1천원, 한국승강기대 81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입학금이 비싼 동국대와 서울예대 간 입학금 차이는 3만4천원에 불과했고 50만원 이하로 책정한 대학은 일반대가 8.5%, 전문대는 7.1%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대는 입학금 폐지를 두고 구체적인 논의 대상에 빠지면서, 교육부가 일반대와 일괄 폐지를 결정했다면 사실상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던 셈이다.

    A전문대 관계자는 "교육부는 일반대를 우선으로 정책을 결정한다. 전문대는 따라오라는 식이 많다"고 토로했다.

    B전문대 측은 "대학이 나서서 입학금 폐지 여부에 관여할 수 없다. 대학 재정과 연결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사실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교육부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입학금 폐지와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문대교협은 내달께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7학년도 사립대 신입생 충원 현황을 보면 올해 전문대 입학자는 19만5930명(정원외 포함), 일반대는 26만3629명이다. 일반대와 비교해 전문대는 74% 수준이지만 신입생 10만명 이상은 입학이 결정되면 입학금을 납부해야 한다.

    반면 교육부는 입학금 폐지와 관련해 전문대를 제외한 채 협의에 나서면서, 고등직업교육기관을 외면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입학금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면서 없어져야 하는데 전문대의 경우 재정적 타격이 크다. 현 정부는 사회 여론에 맞춰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교육부는) 전문대에 대해 수평적인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가 일반대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전문대는 나중에 따라온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직업교육에 대한 비용 투자가 높은데, 국가에서 이런 부분을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