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주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7일 전북 전주 본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 김성주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7일 전북 전주 본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외부의 부당한 개입과 압력을 배제하는 제도와 시스템을 튼튼히 만들고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공단

     

    지난 7일 국민연금공단 새 이사장으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취임하면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던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 CIO) 인선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선뜻 나서는 후보가 없거니와 물망에 오른 인사들조차 고사를 하고 있어서다.

     

    21일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CIO 자리는 국민 노후자금 600조원의 운용을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로 업계에선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하지만 지난 7월 강면욱 전 CIO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표를 제출한 이후 4개월 넘게 공석인 상태다. 조인식 기금본부 해외증권실장이 직무 대리를 맡고 있다.

     

    현재 CIO 후보로 강신우 한국투자공사(KIC) 투자운용본부장, 이동익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민간투자국장, 구재상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 대표, 김희석 NH농협생명 부사장, 한동주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 조인식 국민연금 해외증권실장, 정재호 새마을금고중앙회 자금운용부문장, 유정상 한국예탁결제원 감사, 안효준 BNK투자증권 대표 등이 물망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이들 중 대다수가 공모 참여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강신우 KIC 본부장의 경우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혀 지원 의사가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들이 CIO 자리를 꺼리는 이유는 책임은 크고 권한은 작은데다 정치적 외풍을 심하게 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김성주 신임 이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외부의 부당한 간섭과 개입을 막아내겠다"고 강조할 정도다.

     

    CIO의 임기는 2년이며 실적에 따라 1년 연임이 가능하다. 그런데 역대 CIO 7명 중 임기를 모두 채운 사례는 단 2명뿐이다. 그만큼 정권의 성향이나 진영이 바뀔 때마다 CIO 자리는 위태롭다는 반증이다. 강면욱 전 CIO도 지난해 2월 선임돼 임기가 내년 2월까지였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지난 7월 전격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최순실 사태'와 깊숙히 연관된 점도 CIO를 맡길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묻지 않고 내부위원회에서 찬성을 결정하면서 '최순실 사태'에 휘말린 바 있다. 이 일로 문형표 전 이사장과 홍완선 전 CIO가 구속되는 등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국민연금공단은 다음주께 이사장을 포함한 기금이사추천위원회(추천위)를 구성해 CIO 공모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추천위가 구성되면 약 2주일간 공모를 실시한 뒤 서류·면접 심사와 전문조사기관의 경력·평판 조회 등을 거쳐 최종 후보자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 제청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후 복지부 장관이 승인하면 이사장이 CIO를 최종 임명한다. 통상 이 기간이 1개월반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빨라도 다음달 중순은 넘어야 CIO 자리는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CIO 인선과 관련해 "아직 아무런 결정이 나지 않았다"며 "어떤 후보가 지원하게 될 지는 지금 상황에선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연금공단은 이사장 직속의 '미래혁신기획단'을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 김성주 신임 이사장의 경영방침을 구체화하고 공단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다. 앞서 김 이사장은 7일 취임식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앞으로의 30년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 첫 번째 행보인 셈이다.

     

    3개팀 11명으로 구성된 '미래혁신기획단'은 과거 잘못된 관행을 혁신하고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제안 등과 관련한 업무를 전담한다. 주요 업무는 가입자관리, 연금급여, 정보시스템 운영 등 기관운영 전반에서 잘못된 관행을 찾아 혁신하고, 경영계획과 정책과제를 발굴하는 것이다.

     

    김성주 이사장은 "지난 30년 동안의 제도 운영 과정에서 있었던 잘못된 관행을 혁신하고, 미래 30년 준비를 구체화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며 "신설될 조직이 이러한 역할을 잘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